24일(금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첫 질의에서, 이현재의원은 “과거 1달러에 매매됐던 캐나다 하베스트 자회사(정유업체)를 석유공사가 1조원에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사의 안일한 자산평가로 인해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야기됐다”고 비판했고,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9년 9월 석유공사가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생산광구+정유시설)의 가격은 40억달러(C$), 무려 4조5천억원으로,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간 야심차게 추진한 ‘석유공사 대형화’에 투자된 총 금액(17조 8천억원)의 1/4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계약 당시 경영권 인수 프리미엄만 4천억원을 내주는 등 한때 “석유공사 대형화사업의 상징”과 같은 사업이었지만, 이제는 “해외자원개발사업 재앙”이 됐다.
캐나다 하베스트의 재앙은,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베스트社 생산광구 인수시 자회사인 부실 정유시설(=NARL)을 1조원에 동반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현재 의원은 석유공사 이날 국정감사에서 “문제의 정유업체(=NARL)는 캐나다 국영석유사 Petro-Canada가 1986년 1달러에 팔아치운 정유회사로 확인됐다”(첨부1)고 지적하면서, “석유공사는 1달러에 거래가 된 사실상 깡통기업을 인수하면서도, 기초적인 정보 확인이나 현장실사도 없이 하베스트측 자료만을 바탕으로 자산평가도 졸속으로 마무리한 채 성급히 계약을 성사(첨부2)시키면서 천문학적인 국민혈세 낭비를 초래했다”며 추궁했다.
이현재 의원의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NARL은 1973년 완공된 이후부터 파산, 가동중단, 화재 등을 거듭해온 것으로 나타났으며, 석유공사 인수 이후에도 시설 노후화에 따른 화재와 고장, 정기 유지보수 기간 증가 등으로 인해 매년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현재 의원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NARL로 인해 지난 3년간 10억 3,900만달러(C$)가 증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NARL 매입가가 9억 3,000만달러(C$)임을 감안하면, 이미 NARL의 기업가치는 마이너스인 셈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석유공사 중장기 계획 자료>에 따르면, 2013년~2017년 NARL에서 발생할 영업손실이 4억6,200만달러(C$)로 5년간 평균 1천억원(9,240만달러C$)의 손실이 예상되고, 올 한해(2013)에만 1억8,500만달러(C$) 영업손실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현재 의원은 “공사는 2016년부터 상황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전문가들은 NARL의 시설 노후화, 석유공사의 운영능력과 노하우 부족, 입지(섬에 위치) 및 규모의 경쟁력 열위 등으로 향후에도 사실상 영업이익 창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며 ‘손실 최소화’를 위한 대책과 출구전략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현재 의원은 “석유공사 대형화사업의 최대 프로젝트였던 하베스트 사업이 사실상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국책사업 추진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전력이 1870만달러를 투자해 홍콩에 설립했던 한전국제유한공사를, 4년 뒤 홍콩 허계그룹에 단돈 1달러에 매각한, 굴욕적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있었다. 내 돈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 혈세 수천억원을 마치 1달러와 같이 생각하는, 에너지공기업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업무태도가 뿌리부터 뽑히지 않고는 하베스트와 같은 대규모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예산낭비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1) NARL 소유주 및 매매가액 변동 현황
1973년 : 시설완공(Shaheen Natural Resources Company 소유)
* 1976년 oil shock 기간 파산보호 신청 -> 가동중단
1980년 : 캐나다 국영석유사 Petro-Canada 인수 (인수가액 0.1억불 C$),
* 인수후 미가동
1986년 : Cumberland Farms Ltd.에 매각 (인수가액 1불 C$),
* 1994년 화재로 가동중단
1994년 : Vitol사 인수 (인수가액 확인 애로), 자회사인 NARL에 의해 공장운영
* 시설확장, 보수, 성능개선 등 공장정상화 추진
2006년 : Harvest Energy 사 인수 (인수가액 16억불 C$) ※정유업 최대 황금기
2009년말 : 공사가 Harvest Energy사 인수시 동반 인수 (상·하류 포함 40.7억불 C$)
(참고2) NARL과 졸속인수, 굴욕협상 일지
일자 | 협상가격 | 대상 | 비고 |
`09.9. 9 | [공사측] C$24억불 | 상류 | 공사측에서 수정 제안서 제출 |
9. 21 | [공사측] C$24억불 | 상류 | Harvest측과 인수 협상 |
9. 23 | [공사측] C$28.5억불 | 상류 | 공사측에서 수정 제안서 제출 |
10. 14 | Harvest 이사회 매각안 부결 | ||
10. 15 | [공사측 1안] | 상류 | 공사측에서 수정 제안서 제출 |
[공사측 2안] C$36억불 | 상류+하류 | ||
10. 22 | C$40.65억불 | 상류 C$27.78억불 | -> 하베스트 상류부문에 대한 최초 요구금액을 |
하류 C$9.3억불 | |||
프리미엄 C$3.57억불 |
하베스트 이사회가 공사 매각안을 거절(‘09.10.14)한 후, 석유공사는 단 1일만에 부실정유사 NARL를 동반 인수하겠다는 수정 제안서를 제출하였고, 원하는 조건 다 받아주며(*) 불과 1주일만에 계약까지 완료
* 09.10.15 석유공사 정유부문(NARS)을 포함 28.5억달러C$→36억달러C$를 주겠다는 제안.
* 09.10.16 하베스트가 수정제안도 거절하고 추가 가격 샹향을 요구하자, 바로 40.7억달러C$로 수용해 10.22일 계약체결.
단 1회의 현장 실사도 없이, 상대 회사가 넘긴 자료에 근거해 자산가치를 판단, 원하는대로 가격을 끝없이 올려주면서(*), 1달러 짜리에 불과했던 정유업체를 1조원을 더 얹어 동반 매입하기로 최종 결정
* (상류만) 24억불 → 25.4억불 → 28.5억불 → (상류+하류) 36억불 → 40.7억불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