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윤리협의회는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국회의 인사청문회 자료제출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국민들이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의 규모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법조윤리협의회는 변호사 출신인 모 공직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하여 국회의 수임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였다. 법조윤리협의회가 국회의 수임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근거는 “윤리협의회의 위원•간사•사무직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누설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제89조의8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조윤리협의회의 이러한 태도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부당하다.
첫째,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국회의 공개적인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여 수임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변호사법 제89조의 8에서 규정하고 있는 ‘누설’에 해당되지 않는다. ‘누설’이라고 함은 ‘비밀이 남에게 은밀히 알려진다.’는 의미이므로 적법절차에 따른 국회의 공개적인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여 수임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은밀히 알리는 행위’에 해당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윤리협의회가 ‘비밀의 누설’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수임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자의적인 법 해석이다.
둘째, 법조윤리협의회의 수임자료 제출이 ‘비밀의 누설’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인사청문회법 제12조 제2항, 형법 제20조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이다. 즉, 형법 제20조는 어떠한 행위가 금지규범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령에 따른 행위’일 경우에는 허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조윤리협의회가 국회에 공직후보자의 수임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변호사법 제89조의 8의 비밀누설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를 규정한 인사청문회법 제12조 제2항에 따른 것이므로 형법 제20조에 의해 허용되는 행위이다.
결론적으로 법조윤리협의회가 인사청문과 관련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는 것은 변호사법 제89조의 8 비밀누설금지에 위반되지 않는다. 법조윤리협의회가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하는 것이 오히려 인사청문회법 제12조 제2항에 위반되는 행위로 판단된다.
우리 국민 중에서 전관, 즉 공직퇴임 변호사가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수입이 단지 변호사 본연의 업무 대가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관예우는 ‘사법질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시키고, ‘공익의 수호자’로서 변호사의 위상을 저해하는 일이다. 따라서 전관예우를 근절하는 것은 국민의 사법불신을 해소하고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법조윤리협의회는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국회의 인사청문회 자료제출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며, 또한 현행법상으로도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전관 변호사의 사건수임 내역이 국회에 공개된다면, 전관들은 훗날 수임내역이 공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 더 신중하게 사건을 수임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수임료에 ‘로비의 대가’를 포함시키는 일은 자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윤리협의회가 비밀누설 금지를 이유로 공직후보자의 수임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은 전관예우 근절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는 행위이다.
고위공직자들은 국가가 키워 낸 인재이다. 물론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겠지만, 국가가 그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지금처럼 ‘누구나 모셔가려는’ 인재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공무수행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사적인 이익을 얻는 데에만 사용한다면 이는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다.
국가가 입혀 준 옷을 벗을 때에는, 그 옷을 국가에 돌려주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이다. 또한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법조윤리를 확립하고 건전한 법조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조윤리협의회의 사명이기도 하다. 법조윤리협의회가 맡은 바 의무를 다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