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동관왕묘 내의 유물 37건에 유형문화재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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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동관왕묘 내의 유물 37건에 유형문화재 지정
  • 권현중 기자
  • 승인 2014.05.1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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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서울시청)동관왕묘와 그 일대가 담긴 겸재 정선 작 <東門祖道>
서울시는 동관왕묘 내의 유물 37건에 대하여 서울시 유형문화재 지정을 위하여 지정예고(2014.5.15~6.14)를 한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서울시청)겸재 정선 작 <東門祖道> 속 동관왕묘

잘 알려진 것처럼 충의와 의리의 화신인 관우를 봉안한 동관왕묘는 임진왜란 당시 한중일 삼국의 역학관계 속에서 탄생하였다. 강화와 전주, 강진, 안동 등 전국의 여러 곳에 관왕묘가 있지만, 동관왕묘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관왕묘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현상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 (사진제공:서울시청)동관왕묘(보물 제142호) 전경(20세기 초반)
  
동관왕묘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5월 23일 보물 제237호로 지정됐고, 1963년 1월 21일에 보물 제142호로 재지정된 건축유적이다.
   
▲ (사진제공:서울시청)동관왕묘(보물 제142호) 전경(2014년)

2011년 동관왕묘 소장된 유물의 기초학술조사가 완료되면서 동관왕묘의 역사적, 문화적, 미술사적 가치는 매우 높게 평가되었고, 문화재 지정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어 왔다.

   
▲ (사진제공:서울시청)동묘 정전 내부(동관왕묘 감실과 금동관우좌상, 소조배위입상)

당시 조사의 책임연구원이자 서울시 문화재위원인 공예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서 이번 문화재 지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한서대학교 장경희 교수는 “보물 제142호인 동관왕묘는 중국양식이 절충된 건축과 더불어 49점에 달하는 편액과 주련, 조각과 의장유물, 수준높은 회화작품 등 또 다른 보물들을 품고 있는 문화재의 보물창고”라고 밝혔다. 

   
▲ (사진제공:서울시청)동관왕묘 금동관우좌상 및 일월오봉도 부분

 시는 2013년 6월부터 동관왕묘 내 소장유물의 문화재 지정을 위해 조각, 회화, 공예, 석조, 현판과 비석 등 분야로 나누어 서울시 문화재위원 및 전문가가 3인 이상 참가하여 실사를 실시하였다.

   
▲ (사진제공:서울시청)동관왕묘 일월오봉도 병풍 뒤편의 구룡도

 이를 토대로 지정대상 목록을 선별하는 작업을 거쳐, 2014년 제2차 문화재위원회(2014년 4월 18일 개최 동산문화재분과)에서 지정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최종 선정하여 동관왕묘 소장 유물 일괄로 지정하기로 심의하였다.

   
▲ (사진제공:서울시청)동관왕묘 일월오봉도 병풍 뒤편의 구룡도(향좌측 부분)

 사실상 동관왕묘 내외부의 유물이 거의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 (사진제공:서울시청)동관왕묘 정전에 합사되어 있는 북관왕묘 감실과 소조관우좌상

 이번에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인 동관왕묘의 유물은 동관왕묘 정전 중앙에 봉안된 금동관우좌상(金銅關羽坐像)을 포함하여 총 37건이다.

   
▲ (사진제공:서울시청)동관왕묘 정전 내에 합사되어 있는 서관왕묘 감실 및 목조관우 유비 장비좌상

 지정 대상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금동관우좌상은 1601년에 조성된 절대연도를 가지고 있으며 조선 최대의 규모이다. 이 조각상의 주조 상황은 <영조통기(營造通記)>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명 장수 만세덕과 여러 장수들이 힘을 모아 10개의 풍로에 구리 3,800근을 동시에 녹여 관우상을 주조하려 했다.

 그러나 동관왕묘 관우상은 다 이뤄지지 못하고 깨어져 감관 한빈(韓斌)과 조선의 동장(銅匠)들이 힘을 합쳐 구리 3백여 근을 더 모아 녹여서 완성하여, 한중(韓中) 장인이 함께 제작한 것에서도 의미가 있다. 더욱이 동관왕묘 금동관우좌상은 청대 18~19세기에 중수된 중국 관제묘의 대표격인 해주 관제묘의 소조관우좌상의 원형으로서, 조각사적 측면에서도 또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1908년 국가적 차원의 제사를 구조조정하는 의미의 향사이정(享祀釐正)의 칙령으로 북관왕묘와 서관왕묘가 합사되어 한 지붕 세 가족격이 된 오늘날의 동관왕묘에는 서관왕묘와 북관왕묘의 유물들도 함께 소장이 되어 있다. 그래서 이번 지정에는 북관왕묘와 서관왕묘의 유물들도 아우르게 되었다.

동관왕묘의 유물 가운데는 회화유물의 비중이 적지 않다. 일월오봉도, 구룡도, 내삼문 벽화 등은 규모와 솜씨, 미술사적 측면에서 매우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월오봉도는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 곤륜도(崑崙圖)로도 불리우며,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궁중장식화이다. 동관왕묘의 일월오봉도는 세로 259cm×가로 490cm로 현존하는 일월오봉도 중 최대의 크기이다. 더욱이 짝수로 제작되는 일반병풍에 비해 7폭으로 제작되어 있다. 또한 일반적인 일월오봉도에서 해와 달은 다섯 개의 봉우리 중 오른쪽 두 산 사이에 붉은 해가, 왼편 두 산 사이에 흰색의 달이 자리 잡는다. 그러나 동관왕묘 일월오봉도에서는 중앙의 산봉우리 좌우에 해와 달이 위치하고, 붉은 해와 흰 달의 위치도 좌우가 바뀌어 붉은 해가 왼쪽에 흰 달이 오른쪽에 그려져 있는 특징을 보인다.

구룡도는 첫째, 구룡 모두 발톱이 다섯 개를 지닌 오조룡을 묘사하고 선명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구룡도 앞쪽을 일월오봉도 병풍이 가리고 있어 공기가 차단되고 색상의 변화도 거의 없는 등 보존이 매우 잘되어 있는 유물이다. 복잡한 화면을 가득 채운 그 짜임새 있는 구성도 뛰어나지만 황, 적, 청, 백, 흑색의 용들이 서로 겹치지 않게 배치한 것을 보아도 뛰어난 기량을 가진 화가의 솜씨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내삼문 안쪽 아래쪽에는 좌우 각각 2개씩 주악행렬도가 있는데, 4개의 판벽마다 각각 7명의 인물이 제각기 악기나 의장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고 있다. 이러한 주악인물상이 묘사건축에 벽화로 그려진 것은 처음 발견되는 것으로, 18세기 영정조 시대에 국왕이 왕릉을 행행할 때마다 이곳 동관왕묘에 들러 군례가 행해지던 당시의 풍습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어 흥미롭다.

공예와 석조, 현판과 비석 등 유물들도 큰 주목거리이다. 대표적으로 현존하는 동관왕묘의 면류관은 관판, 관대, 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增補文獻備考』에 기재된 면류관의 설명과 일치한다.

조선시대의 면류관은 현재 남아 있는 유물이 없다. 동관왕묘의 면류관은 조선 왕실을 비롯하여 대한제국시대에 실제로 만들어 사용한 면류관으로서, 그 실제 형태나 제작기술 등을 총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유물로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그 밖에도 동관왕묘 정전과 동무, 서무, 어막대 등에 있는 여러 공예유물과 석조유물, 현판과 비석 등도 큰 주목거리이자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아 지정대상에 포함되었다.

동관왕묘의 관리를 맡고 있는 종로구청에서는 이미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동관왕묘 소장 유물 가운데 일부를 보존처리하여 원형을 복원하고 전시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그동안 동관왕묘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가운데는 정전 안에 두 개의 관우신상이 있고, 그것 외에도 정전의 왼쪽편 감실에는 삼국지의 세 주인공인 관유, 유비, 장비가 봉안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08년 향사이정에 관한 칙령으로 국가적 차원의 제사가 구조조정되면서 북관왕묘와 서관왕묘가 동관왕묘에 합사(合祀)되었는데, 그 연유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이었다, 동관왕묘 소장 유물이 지정되면 동묘 정전 안에 여럿의 관우상이 있게 된 역사적 배경 등의 설명을 보강하고, 전시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동관왕묘 안의 환경을 보존과학적 측면에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어, 체계적으로 문화재의 보물창고인 동관왕묘의 보존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일부 역사가 가운데는 중화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중국의 공세가 커진 오늘날 중국신인 관우를 봉안한 동관왕묘를 불편한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동관왕묘와 동관왕묘의 유물에는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겠다는 의미가 담긴 부의 유산(負의 遺産)적 가치도 분명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은 동관왕묘가 가진 다층적 의미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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