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論, 아득한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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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論, 아득한 성자
  • 권혁중 기자
  • 승인 2021.05.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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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 하고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한다
(사진제공:김태진)(신간)論,  아득한   성자(저자 김태진). 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 하고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한다
(사진제공:김태진)(신간)論, 아득한 성자(저자 김태진). 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 하고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한다

[서울=글로벌뉴스통신]

책 소개

오현스님으로 알려진 설악산 신흥사 조실 설악무산 대종사 스님의 시세계를 거사이자 법학자인 김태진 교수(한국불교공무원불자연합회 고문)가 불교사상, 선수행의 관점에서 조망한 최초의 평론집을 스님 입적 3주기를 즈음하여 펴냈다.
‘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하고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 한다’는 스님 선어록을 부제로 달았다.

목차

  횡설수설(橫說竪說), 산으로 만행(?)을 떠나며 - 수불
  펴내는 말 

제1부 ‘적멸’을 위하여  

  - 적멸을 위하여  _ 오현
  - 나는 할 일을 다 했다 _ 우송
  - 중은 벨일 없어야 도인이다 _ 지혜
  - 수좌(首座)가 시 하나를 내놓지 못하느냐? _ 효림        
  - “혜관이 왔냐! 어서 와라.”  _ 혜관 

제2부 ‘아득한 성자’를 그리며

  - 아득한 성자 _ 오현
  - 마지막 무애도인 _ 문재인 
  - 용대리 마을 주민들의 은인  _ 정래옥 
  - 큰 스님의 따듯한 미소가 그리운 5월에 _ 김민서
  - 스님의 입적소식을 달래준 열반의 노래 _ 김태진
  - 48인의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 그리고 새로운 기억

      
제3부 말과 글을 끊어낸 자리, 털이 나고 뿔이 돋다
      (論,아득한 성자·1) 

  - 프롤로그 - 열반의 노래
  - 세상과의 회통, 천방지축을 흔들다
  - 스님의 입적소식을 달래준 열반의 노래 
  - 에피소드 1
  - 남겨진 무엇, 또 다른 열반게송 
  - 에피소드 2
  - 열반게를 향한 염탐인가 천착인가
  - 에피소드 3
  - 열반게, 생과 사를 관통하다
  - 견처[깨달은 자리]를 일러준 열반의 노래
  - 견처(見處)를 넘나던 열반의 노래
  - 아득한 열반, 더 아득한 열반게송
  - 열반게를 보는 같은 듯 다른 풍경 
  - 不二, 붓다의 게송인 듯 열반게를 듣보다
  - 오현당 게송, 문학으로 다시 읽기
  - 말과 글을 끊어낸 자리, 털이 나고 뿔이 돋다
  - 선사의 절대침묵, 답 없음에도 묻다. 또 묻다.
  - 미리 온 스님의 답장
  - 답장에 답하다. 중얼거림, 동자승 같은 중언부언 
  - 에필로그 - 열반은 또 다른 열반을 잉태하다

제4부 길을 물으니, 도(道)를 노래하다
      (論,아득한 성자·2 )

  - 프롤로그 - 오현의 횡설수설, 무설설 
  - 길을 물으니, 도(道)를 노래하다
  - 에피소드 1
  - 손 흔들고 떠나다, 또 다른 입멸의 모습
  - 겨울가면 봄이 오고, 기왕에 세상에 들었으니 그렇게 가야하리
  - 에피소드 2
  - 문 없는 문, 길 없는 길에 문득 생각하니
  - 당신은 누구인가? 입멸의 또 다른 모습
  - 백의출가의 외침, 바로 당신이 부처다
  - 공든 탑이 무너지고, 낙산 동종이 녹아내려도 ‘나는 너를 믿는다’
  - 오현스님의 횡설수설, 지혜자비 실천의 종교는 불교인가? 아닌가!
  - 족쇄를 끊어라, 범부를 향한 성자의 외침 
  - 세계를 향하던 ‘아득한 성자’, 시공을 넘어가다 
  - 불교와의 회통 50년, 작품 2백여 편 무설설로 남겨지다 
  - 오방 깃발 펄럭이는 소리, 적, 청, 황, 백, 홍색으로 빛나니
  - 에필로그 - 불이(不二), 온전한 하나

제5부 아득한 성자’의 기고만장, ‘님의 침묵’과 상통하다
       (論,아득한 성자·3)

  - 프롤로그 - 아득한 성자, 님의 침묵과 상통 
  - 달을 낚고 보니 닫히듯 열리는 천문(天門)  
  - 시공(時空)에 새기다. 무고무금 무시무종(無古無今 無始無終)  
  - “내 것 내 것 그래봤자 세상에 내 것은 없는 거야” 무아(無我)!
  - 산중에서 시중(市中)을 향하다. 장터 쌀값은 얼마이던가?  
  - 세상에 그 많은 돈, 그냥 하늘, 땅을 사서라도 다 주리니 
  - ‘그것 참 물속에 잠긴 달은 끝내 건져낼 수는 없는 노릇이구먼...’
  - 말없이 말하고, 들은 바 없이 듣다. 
  - 팔 벌려 절대의 세계를 품다.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일세, 
  - “오늘은 여기서 자고...” 울음그치면 내려가거라.  
  - 아지랑이, 아지랑이, 아지랑이... “모두 다 바람에 이는 파도야” 철썩
  - 한바탕 꼽새 춤을 춥시다. 어 허! 그만 울고...
  -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 에 기대어 그 온기를 품다
  - 꽃을 던져도, 돌을 던져도 맞아라. 그래야 죽어도 산다?
  - “언젠가 내 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 건가” 세속 길과 종교 길에 생각하다
  - 그래도 ‘부처 장사’하는 것보다 ‘만해 장사’가 낫다? ‘중질’이 돈벌이인줄 알았어. 
  - ‘고승이 죽으면 허물은 사라지고 법(法)만 남는다.’ 아, 동녘달이 또 돋는가?
  - ‘아득한 성자’의 기고만장, ‘님의 침묵’과 상통하다
  - 에필로그 - 세상소리 잘 보아라.

제6부 사족

   _ 스님의 말없는 말 
   - 오현스님 행장, 남겨진 기억
   - 평자의 군더더기, 파도 끝자락에 빛나는 본지풍광(本地風光)
   - 오현스님 연보
 
표지뒷면 『낙서』 

오늘, 오현스님을 만나 당래(當來)의 도리를 여쭙는 무차선회(無遮禪會)하기 참 좋은 날이란 생각을 해 본다. 비로소 “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하고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 한다.”란 ‘오현당의 무설설’을 새긴다. 
- 수불스님(안국선원 회주, 부산불교방송 사장)

조실스님께서는 “나는 이제 설악산에 와서 할일을 다 했다. 혹시 훗날 문도들 사이에 시빗거리라도 생기면 이 현판 ‘曹溪禪風始原道場雪嶽山門’을 한 번 쳐다보아라. 그러면 나의 뜻을 알 것이다”라고 내게 말씀하셨다. 
- 우송스님(신흥사 회주)

“불교가 세상으로부터 입은 은혜가 얼마나 크노. 신도들이 한 푼 두 푼 시주한 돈으로 먹고사는 것 아니가. 그런데 중들은 그 은혜를 어떻게 갚고 있노? 만약 우리가 시주만 받고 은혜는 갚지 못하면 그 죄가 하늘을 덮고도 남는다.” 한마디도 틀리지 않는 맞는 말씀이다.
- 지혜스님(신흥사 주지)

 만해에서 오현으로 이어져 온 한글선시 맥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은 선승들이 선시를 읽고 선시를 창작해야 한다. 어른스님께 헌시(獻詩)나마 지어 올린다. 빈집같이 된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끝내는 자기조차 버리고...//
- 효림스님(경원사 주지, 전 ‘유심’ 대표· 만해마을 사무총장)

“시는 쓰는 사람이 좋아 쓰는 것이지, 누구 좋으라고 쓰는 것 아니다. 절 열 채 짓는 것보다 시 한 편 멋지게 쓰는 것이 낫다. 두고두고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을 하나 써라” 하시면서 게으른 나를 꾸짖기도 하셨다.
 - 혜관스님(불교문예 발행인)

“꽃을 던지는 사람, 돌을 던지는 사람”도 모두 다 사랑하리라. 언젠가 꽃에 맞고 그 돌에라도 맞아 그것이 죽고 다시 사는 것임을, .스님이 계시다면 ‘코비드 19, 세상이 왜이래요?’울부짖는 생민들을 향해 ‘그게 세상이야!’ 라며 돌 직구 같은, 위무의 말씀도 하셨음이라. 
- 김금희(붓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이제는 스님의 남겨진 선시를 통해 그 방대한 시세계를 탐색하며 문학으로도 닿을 수 없는 아득함, 그 가늠할 길 없는 마음으로 스님을 기릴 뿐이다. 빛으로 돌아오소서!/ 한 송이 연꽃 수레로 떠나신 큰 스님/ 마중나간 내 눈물, 바람 따라 흐릅니다.// 
- 김민서(경기대 교수)

주는 손, 보통의 스님들은 ‘베풀어라’, ‘많이 베풀어라’, ‘더 베풀어라’며 보시를 설법하며 시주를 구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제야 스님의 주는 손, 세상을 향해 내미는 손을 상상해 본다. 스님은 손 내밀면 잡아줄 줄 아는 사람냄새 나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아득한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며 나로선 그리 추억할 뿐이다. 
- 김완상(한국공무원 불교문인협회 발기인)

책자 리뷰

법학자 김태진 교수의 첫 평론집 『論, 아득한 성자』가 한국불교문인협회 출판부의 기획으로 한누리미디어에서 출간되었다. 김태진 평론가는 2020년 《한국산문》 수필 부문으로 신인상 수상과 함께 등단하여 평론뿐만 아니라 시, 에세이 등 다방면의 장르에서 고유한 글쓰기를 선보여 왔다. 평론집 『論, 아득한 성자』는 김태진 작가가 문학평론가로서 내보이는 첫 결실로, 김태진 특유의 선사들의 어록을 종횡 무진하는 선적 언어와 통찰, 구성에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평론집은 ‘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하고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 한다’는 오현스님의 평소 선어록을 부제로 달았다. 언어를 사용해서 언어를 떠나려는 선가의 방편으로 말의 모순을 타파하려 한다. 그러니 첫마디는 “말과 글을 끊어낸 자리, 털이 나고 뿔이 돋다”(論,아득한 성자·1) 라고 쓴 평론가의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늘, 오현스님을 만나 당래(當來)의 도리를 여쭙는 무차선회(無遮禪會)하기 참 좋은 날이란 생각을 해 본다. 비로소 ‘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하고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 한다.’란 ‘오현당의 무설설’을 새긴다.”라고 조계종 안국선원 회주이자 부산불교방송 사장 수불스님은 서문을 열었다. 
 “스님의 시세계에 다가가는 수행록 같은 평론”이라고 자문한 한국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은  문학평론가로 새로이 한걸음 내딛는 김태진 평론가에게 좋은 길잡이가 된다. 서로의 문학세계를 염탐하고 가르침을 주는 소설가협회 김호운 이사장 또한 “ 작가란 추종자가 아닌 창조자이다”라며 끊임없이 ‘익숙함에서 낯설음을 향해’ 정진해야 함을 말한다. 김태진은 열 개와 백개 그리고 천개를 엮어 하나로 정리, 회통하려는 특징을 보인다. 문학의 전형성에서 벗어난 장면들과 스님의 시어에 등장하는 인물, 화자들로 독특한 언어를 횡설수설로 직조해 낸다. 그리하여 시공간에 머무는 단어들, 문턱을 넘지 못하는 문장들이 오롯이 작동하여 도깨비장난 같은 세상사 풍경들을 허허실실, 허장성쇠 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려서 어머니를 떠나 절집에 맡겨졌던 스님에게서 오세암동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도 없는 깊고 깊은 겨울 설악산 암자에서 불모 관세음보살에 의지해 모진 겨울을 난 오세동자의 애닮은 그리움 같은 것일까?. 그 그리움과 짙은 애수가 골수에 맺혀 피울음 같은 시로 툭하고 터져 나왔다.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스님의 ‘억!’ 소리는 사방천지 천방지축을 뒤 흔들고 기고만장하는 그네들을 자비보살로 끌어안으며 부르는 노래 끝자락에 다름 아니다. 끝끝내 허장성쇠의 꿈같은 세상살이를 바로 보라고 하는 어머니의 자장노래를 마치는 간곡한 외마디였다. 산천을 울리는 메아리로 남았다. 어쩌면 시퍼런 마음에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로 남은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오현당의 ‘열반게’는 언설이 끊어진 공(空)한 원래의 자리로 가고 만 것인가?

■ 소개 글

 ‘논 아득한 성자’는 오현 스님의 시와 선사상을 조망한 지국 김태진 교수의 평론 글로 그동안 계간 한국불교문학에서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해 온 것이다. 스님의 3주기를 즈음하여 뜻있는 분들의 의견에 따라 단행본으로 엮었다. 추념이라는 출간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스님의 제자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 동좌문도해온 수불스님, 시인 효림스님, 불교문예 발행인 혜관스님 그리고  한국문협 이광복 이사장, 소설가협회 김호운 이사장, 박상률 선생, 불교평론 홍사성 주간,  불교문인협회 김재엽 회장, 아동문학가 김금희 선생, 오현스님 시조연구자 김민서 교수, 이학종 전 법보신문 사장 등의 자문을 받고 보니 그 뜻이 깊어진다. 
 이번 스님 추모다례와 평론집 발간을 계기로 승속이 함께 스님의 행장을 선양하는 것을 넘어 남기신 그 크신 뜻을 펼쳐나가고 이어서 많은 분들이 뒤따르게 되었으면 하고 소망한다. 외람되게도 이 기회에 필자가 ‘아득한 성자’를 기리는 이유이기도 한 가칭 ‘오현문학상’ 제정을 주창해본다. 하여 감히 동행을 권면 드린다.

■ 오현스님 행장, 남겨진 기억

 스님은 어려서 무당집에서 지내다가 여섯 살 때 경남 밀양 종남산 은선암에 맡겨져 소머슴으로 살았다. 절에서 서당에 보내줘 천자문과 사자소학과 명심보감 등을 배웠다. 그는 소금쟁이와 노는 데 한눈이 팔려 해가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한다. 어린 오현은 꾸중을 듣고 가출을 해 도시로 나가 떡장수, 배달꾼, 막노동 등을 하다가 절로 귀환했다. 그는 한 절에서 노스님을 시봉하는 시자를 했는데 그 절이 너무 가난해 매일 탁발을 해 끼니를 해결했다.
 어느 날, 탁발을 나간 그는 한 집 앞에서 반야심경을 두 번이나 외며 염불을 했는데도 집주인이 내다보지도 않았다. 그 때 나병 환자부부가 구걸을 하러 왔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나병환자들에게만 쌀을 주었다. 그 주인은 나병환자에겐 한 됫박의 쌀을 주면서도 그에겐 방아도 찧지 않은 겉보리 한줌만을 주었다.
 이를 본 그는 ‘부처님보다 나병환자가 더 낫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나병환자를 따라가 같이 살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거절한다. 하지만 조오현은 끈질기게 그 부부들을 설득해서 먹고, 자고, 구걸하면서 그들과 반년동안 움집에서 함께 산다. 그는 그들 부부의 따뜻함과 배려심으로 전에 느끼지 못한 평화를 누렸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남자 나병환자는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이었다. 문학도 좋아하고, 시도 썼다.
 그는 조오현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세계 명작 책을 구해 가져다주며 명작의 줄거리를 들려주며 감상담을 나누기도 했다. 헤르만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은 것도 그 때였다. 그 나병환자는 기인 같은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스님에게 자기 아내의 젖을 빨아라 하고는, 그렇게 하면 이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고 한다.
 그런 어느 날 그들이 조오현에게 혼자서 읍내로 나가 구걸을 해 오라고 했다. 혼자서는 구걸을 시키지 않았던 분들이라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시키는 대로 구걸을 해서 움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들은 보이지 않았고, 잘 지내라는 당부 편지만 있었다. 그는 그 나병환자를 잊지 못해 여기 저기 수소문해 가며 전라도 해남까지 갔지만, 다시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다시 출가한다. 이번에야말로 스스로 승려의 길을 택한 발심 출가다. 그는 당시 은사였던 밀양 성천사 인월스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무문관>에서 언급했다. 스님은 도반인 조계종 전계대화상 성우스님의 소개로 해인사에 와서 조계종 전종정인 고암스님에게 수계를 받아 승려인증을 받는다.
 스님이 대처승의 상좌여서 승려로서 제대로 길을 가지 못할 것을 염려한 성우스님은 수계를 받은 스님을 해인사 강원에 넣으려 했는데, 그 때도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태연하게 절에서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1960년대 도반 조오현과 성우스님 등은 승려시인회를 결성해 시문학 활동을 했고, 스님은‘율’이라는 시동인으로도 활동한다. 그러므로 30대 중반부터 이미 시를 써온 셈이다. 그러니 그가‘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시인이 됐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당시 성우스님은 스님의 열반 뒤 조오현의 단면을 알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한번은 청도 신둔사라는 절의 객실에서 하룻밤 함께 묵은 적이 있는데 그날 밤 신둔사에 강도가 들었다. 한창 자고 있을 때 복면을 쓴 강도가 들어와 턱밑에 칼을 들이밀고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고 했다. 혼비백산한 성우스님은 벌벌 떨며 걸망 속까지 열어 보이며 가져갈 것 있으면 다 가져가라 했다. 그러나 오현스님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죽일 테면 죽이고, 살릴 테면 살리라고 배짱을 부렸다고 한다. 강도는 어이가 없었는지 눈만 한 번 부라리다가 나갔다.
 성우스님은 이 때 오현스님에 대해 ‘이 사람은 어떤 두려움도 없이 자기만의 길을 갈 사람’임을 간파했다고 한다. 아마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담대한 성정은 타고난 것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부터 간난신고를 겪으면서 다져진 것이기도 할 것이다.
 스님은 해인사에서 쫓겨난 뒤 삼랑진 금무산 약수암에서 6년간 정진하며 상당한 체험을 했지만, 그는 어떤 불교적 체험을 통해서보다는 간난신고의 고해바다를 건너며, 삶의 이치를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게 “어느 순간 세상 이치가 훤해져버렸다.”고 했다.
 어려서 어머니를 떠나 절집에 맡겨졌던 그에게서 오세암동자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아무도 없는 깊고 깊은 겨울 설악산 암자에서 불모 관세음보살에 의지해 모진 겨울을 난 어린 동자의 애닮은 그리움 같은 것이다. 인간은 어려서 모정이 결핍되면 사람을 믿기 어렵게 되고, 그 분리불안의 공포를 떨치기 어렵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스님도 그 그리움과 짙은 애수가 골수에 맺혀 시로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는 그 응어리에 걸려 있지만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 자신이 어머니 같은 자애로운 보살이 되었다. 칼로 베어내는 듯한 파도가 스쳐간 상처를 진주로 토해낸 조개처럼.
 스님은 “생모가 90세가 넘어 백담사로 찾아왔는데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고향 읍내 여관을 잡아 묵으며 자기식 이별을 고했고, 끝내 상가엔 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 무애도인을 그리며

“불가에서 ‘마지막 무애도인’으로 존경받으셨던 신흥사와 백담사 조실 오현스님의 입적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의 한글 선시가 너무 좋아서 2016년 2월 4일‘아득한 성자’와 ‘인천만 낙조’라는 시 두 편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제야 털어놓자면 스님께선 서울 나들이 때 저를 한 번씩 불러 막걸리 잔을 건네주시기도 하고 시자 몰래 슬쩍슬쩍 주머니에 용돈을 찔러주시기도 했습니다.”“물론 묵직한‘화두’도 하나씩 주셨습니다.”“언제 청와대 구경도 시켜드리고, 이제는 제가 막걸리도 드리고 용돈도 한 번 드려야지 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됐습니다.”“얼마 전에 스님께서 옛날 일을 잊지 않고 ‘아득한 성자’시집을 인편에 보내오셨기에 아직 시간이 있을 줄로 알았는데, 스님의 입적 소식에 ‘아뿔싸!’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스님은 제가 만나 뵐 때마다 늘 막걸리잔과 함께였는데 그것도 그럴듯한 사발이 아니라 언제나 일회용 종이컵이었습니다.”“살아계실 때도 생사를 초탈하셨던 분이었으니‘허허’하시며 훌훌 떠나셨을 스님께 막걸리 한 잔 올립니다.”2018.5.27.문재인 이라고 쓴 대통령의 추모 SNS글도 추억담으로 남았다.
이렇듯 민초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생사를 초탈하셨던 분으로 이구동성으로 추념한다.‘천방지축 허장성세’로 살아온 것을 뉘우치고 그래서 짐승이 되어 가셨다는데 참 솔직하신 스님들이다”라고 말한 어느 성직자의 말에 말문을 막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행여 그들이 말문을 연다면 거기에 스님의 생전 육성을 덧대어 보면 어떨까? “선원이나 토굴에서 참선만하며 심산유곡에서 차담과 도화를 즐기며 고담준론과 선문답으로 지내며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고 해서 깨달음의 삶을 산 것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두를 타파하면 부처가 된다고 하는데 부처가 왜 존재하느냐”고 되묻는다. 이토록 천방지축 말을 해도 알아듣지도 못할 세상이라니‘억’하는 할(喝)이라도 내뱉어야 할 판이 되고 만다. 생사를 관통하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음을 여실히 증명한 것에 다름 아니나 어쩌면 알아듣지도 그리하지 않을는지도 모를 일이다.(문재인 대통령)

■ 횡설수설(橫說竪說), 산으로 만행(?)을 떠나며

소납은 범어사로 출가하여 오현스님과는 같은 문중으로 오랜 인연을 이어오곤 했습니다. 
승속불이의 범어문도로 인연이 지중한 지국 김태진 교수가 오현스님의 선시세계를 조망한 ‘논, 아득한 성자’란 제목의 문학평론집을 발간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현당 3주기 추모다례재와 부도탑비 조성법회’를 앞두고 상재한다는 말에 감히 발문을 헌사하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하안거 결제 일을 앞두고 지리산 방장선원으로 한철 방부를 들였습니다. “불법을 닦을 때 생사를 해탈하려면, 먼저 생사가 없는 이치를 알아야 하고(知無生死), 둘째 생사가 없는 이치를 증득하여야 하며(證無生死), 셋째 생사가 없는 것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用無生死).”는 어느 노승의 열반송을 화두삼아 산으로 만행을 떠납니다. 
거기에서도 의기양양 스님과의 ‘피모대각(被毛戴角)’ 법설이 끊어질 듯 이어지리라 생각하니 마음 설렙니다. 스님, 스님의 스승 성준스님과 스승의 스승이신 고암스님과 나란히 부도탑비가 세워진 모습을 미리 그려보니 그 자체로도 무진설법입니다. 
두고두고 중중무진(重重無盡), 무설설이요, 횡설수설입니다. 지리산 칠선계곡으로 만행을 나서며 오월 어느 좋은 날 
수불스님(조계종 안국선원 회주, 부산불교방송 사장)

■ 스님의 입적소식을 달래준 열반의 노래

설악산 백담사 꽃들이 다 지기도 전인 오월 어느 날 설악산인 오현스님의 입적소식을 들었다. 세상의 부음은 숱한 낙화와도 같이 우리네 삶의 끝자리와 서로 닮아있다. 꽃 진 자리 따라 떠나셨네. 그렇듯 애써 담담하게“그 노인네 그렇게 가셨구만”하고 말았다. 며칠이 지나고‘불교계 큰 어른이자 시대의 스승이었던 신흥사 조실 설악당 오현 무산 큰 스님께서 원적에 들다’라는 기사와 함께 스님의 열반게송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다.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 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스님의 ‘억!’ 소리는 사방천지 천방지축을 뒤 흔들고 기고만장하는 그네들을 자비보살로 끌어안으며 부르는 노래 끝자락에 다름 아니다. 끝끝내 허장성쇠의 꿈같은 세상살이를 바로 보라고 하는 어머니의 자장노래를 마치는 간곡한 외마디였다. 산천을 울리는 메아리로 남았다. 어쩌면 시퍼런 마음에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로 남은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오현당의 ‘열반게’는 언설이 끊어진 공(空)한 원래의 자리로 가고 만 것인가? 
김태진(한국공무원 불자연합회 고문)

이렇듯 민초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생사를 초탈하셨던 분으로 이구동성으로 추념한다.‘천방지축 허장성세’로 살아온 것을 뉘우치고 그래서 짐승이 되어 가셨다는데 참 솔직하신 스님들이다”라고 말한 어느 성직자의 말에 말문을 막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행여 그들이 말문을 연다면 거기에 스님의 생전 육성을 덧대어 보면 어떨까? “선원이나 토굴에서 참선만하며 심산유곡에서 차담과 도화를 즐기며 고담준론과 선문답으로 지내며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고 해서 깨달음의 삶을 산 것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두를 타파하면 부처가 된다고 하는데 부처가 왜 존재하느냐”고 되묻는다. 이토록 천방지축 말을 해도 알아듣지도 못할 세상이라니‘억’하는 할(喝)이라도 내뱉어야 할 판이 되고 만다. 생사를 관통하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음을 여실히 증명한 것에 다름 아니나 어쩌면 알아듣지도 그리하지 않을는지도 모를 일이다.(본문중에서)

 

 

(사진제공:김채진)(신간)論,  아득한   성자
(사진제공:김채진)(신간)論, 아득한 성자

 

김태진(金泰珍) 법명 지국(智國)

법학박사(헌법/행정법 동아대학교 대학원 1998.2)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고문(수석부회장 역임)
동아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대통령직속 평통자문위원,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소장
(사) 21세기 전략연구원 상임이사, NGO 붓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불자회 회장(2005~2013)역임,  
동아대 법학연구소 특별연구위원, 연세대 국가관리원 연구위원
국제문제연구소 상임연구위원, 국가기관 과거사 위원회 사무처장 역임
한국헌법학회 수석부회장, 한국공법학회 이사, 한국공안행정학회 이사
국가정보학회 이사, 한국조정학회 상임이사
 
문단활동: 한국산문 작가협회(수필가), 한국불교문인협회 이사(문학평론가), 
계간 한국불교문학 편집위원
현) 한국문인협회 산하 전국 공무원불교 문인협회 추진위원장

저술 및 논문 : 『헌법스케치』(1997),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공저 2014), 『인왕반야경(2015)』, 《독일근대헌법사에 나타난 국가체제변동과 관련한 불법사례와 불법청산에 관한 연구 -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동서독 통일까지 - 》 (1998), 《독일통일의 과정과 독일통일의 배후 - 현대법학의 제 문제》(1998), 《최근 국제테러리즘의 동향 및 대책》 (2004), 《진실화해위원회 남아프리카의 총체적 기억》(2016), 《국제연합 경찰활동 참여를 통한 경찰 발전방안》 (2016), 《김태진 평론, 論 아득한 바다 만해》(2021) 등 20여 편 발표 등 학술연구 활동

기타: 한․미, 한․독, 한․불 한.이 등 주요국가 안보당국자 연례회의
한국․스리랑카․미얀마 ·태국 정부고위급 국제 불교교류회의 등 다수 국제회의 대표 참가

다수 정부포상 및 국가안전보장 유공 보국포장수여 

(사진제공:김태진)설악당 무산대종사 부도탑비 제막식 법회(설악산 신흥사 2021.5.23)
(사진제공:김태진)설악당 무산대종사 부도탑비 제막식 법회(설악산 신흥사 2021.5.23)
(사진제공:김태진)(좌측)김태진 교수.설악당 무산대종사 부도탑비 제막식 법회(설악산 신흥사 2021.5.23).(우측)주호영 국회의원(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제공:김태진)설악당 무산대종사 부도탑비 제막식 법회(설악산 신흥사 2021.5.23).(좌측)김태진 교수,(우측)주호영 국회의원(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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