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GNA)끽다재에서 청담 3인 -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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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GNA)끽다재에서 청담 3인 - 인사동
  • 송영기 기자
  • 승인 2021.08.06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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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글로벌뉴스통신]

(서울 인사동 끽다재 喫茶齋에서 육혜숙 교수, 소풍 시인, 송영기 시조시인의 맑은 이야기 나눔 모임)
(서울 인사동 끽다재 喫茶齋에서 육혜숙 교수, 소풍 시인, 송영기 시조시인의 맑은 이야기 나눔 모임)

 

끽다재에서 청담(淸談) 3인 - 소풍 시인, 육혜숙 교수, 도운 송영기 시조시인

 

1. 소풍 (蘇風 蘇興燮 소흥섭) 시인

몇주전부터 육혜숙 교수(크리스틴 컬러이미지 & 평생교육연구소 소장)이 뜬금없이

"소풍 시인님과 같이 뵙고(인사동에서) 좋은 전시회도 둘러 보시지요"하고 리마인더

멧세지를 보내와서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그러자고 회신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정보통신 대기업에 납품하던 큰 하청회사 엔지니어 사장이었고 

두발로 전국 일주 "153일 인생을 걷다"란 기행 수필집을 지난해에 출판사 산지를 통해

발간했으며, 최근 시인으로 등단한 분으로 개성이 있는 CEO (본명 소흥섭 사장) 이였다.

 

우리보다 미리 도착하여 깊숙하고 인터뷰할 한적한 골목안 남도식객과 정갈한 다방을

둘러보고 제안 하기를 먼저 점심을 먹고나서,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끽다재 (喫茶齋)에

앉아 얘기 하기로 하였다.

얼마전 치매예방 필독서 " 즐거운 뇌, 오감테라피" (출판사 책과 나무)를 간행한 육혜숙

박사와 함께 정갈하게 리모델링한 한옥집에서 대추차, 팥빙수,커피를 마시며 코로나로

조용한 테이블을 전세 낸듯 시간 가는줄 모르고 앉아 셋이 맑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소풍시인을 검색하니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시에 나오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 이세상 소풍을 끝내고 참 아름다웠다고 말하겠노라는 그 단어 "소풍"

만 검색어로 나타나다가 마침내 찿아서 시 한수 읽어 봤는데, 끝에 결구가 좋더라고...

 

(전서체 현판은 끽다재로 한옥에 맞게 걸려 있지만 차마시는 이집 이름은 나무새다)
(전서체 현판은 끽다재로 한옥에 맞게 걸려 있지만 차마시는 이집 이름은 나무새다)

 

        돌맹이와 호수

                    소 풍 

 

호수를 짝사랑 하던 돌멩이가

호수에 풍덩 몸을 던졌다

 

호수는 돌맹이를 꼬옥 안아 주었다

 

보드라운 호수의 품에 안겨 밑으로

밑으로 가라 앉으면서도

돌맹이와 심장은 쿵쾅쿵쾅 진동이 멈추지 않는다

 

영원히 멈추지 않을것 같은 진동은 

물결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돌맹이와 호수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는

세상의 화제가 되었다

 

이듬해 봄 호숫가엔 연분홍 진달래 꽃이

수줍은 듯 피어 났다.

 

(내게 '153일 인생을 걷다' 기행 수필집 책을 선사했다)
(내게 '153일 인생을 걷다' 기행 수필집 책을 선사했다)

 

      꽃 너는 

            소풍 (1959 ~)     

 

꽃 너는 그러면 안돼,

 

일편단심 짝사랑 해 왔는 데

나만을 사란하길 바랐는 데

향기를 사방에 뿌리며

유혹하는 너에게 난 뭐야.

 

꽃 너는 그러면 안돼.

 

아무에게나 방긋거리는 너를 보는

내 가슴을

헤아려 보기나 했어 ?

 

꽃 너 후회 할거야.

 

내가 바람이 되어

네 향기 다 안고 가버릴거야.

* (주) 코어넷 대표

 

(소풍 시인의 수필집 표지)
(소풍 시인의 수필집 표지)

 

나는 물었다.소풍이란 필명에 왜 바람풍(風)으로 했느냐고 했더니,

60세까지 아버지가 지어준 본명으로 살았는 데,이제부터는 나를 위해

살겠다. 바람으로 거듭 나겠다는 각오로 2018년부터 호로 사용하였다

고 했다. 

공감이 갔다. 나 (宋永起)도 30년정도 추풍령 고향 집 앞에 있는 느름산

을 한자로 바꿔 천지개벽할 때 물에 잠긴 산하(山河)에 오직 선개산 두

봉우리만 마치 느릅나무 잎사귀 처럼 보였다는 전설에 따라 유산(楡山)

으로 자호(自號)하였다가, 60살 지나 도운(都雲)으로 한 30년 쓸 요량으로

바꾸었고 이후 등단하였으니 말이다.

 

(창 밖은 무더운 날이었으나 실내에서 바라보니 푸른 잎이 시원하게 보여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여 편하다)
(창 밖은 무더운 날이었으나 실내에서 바라보니 푸른 잎이 시원하게 보여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여 편하다)

 

나는 또 물었다. 왜 여행기 수필집 제목에 "153일 인생을 걷다" 라고 하필

153일 숫자이냐고. 그것은 평창에 갔다 동해에서 도보로 출발한날이 3월

1일이었고 남해와 서해를 거쳐 도보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날이 7월

31일 저녁인데 날짜로 153일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 의미는 유장했다.나는 불교를 좋아하는데, 육교수와 소풍시인은 기독교

신자로 오늘 점심 먹을때 밥이 오니 두사람은 묵녀 기도하는것을 보았더니,

예수님이 부활 하신후에 어부 베드로가 깊은곳에 거물을 밤새 던졌으나 고기

가 잡히지 않았는 데, 어느분이 나타나 배 오른편으로 그물을 던져보라해서

던졌더니 153마리가 잡혀 올라 왔고 작은 그물망도 찢어지지 않고 온전하였다

는 것을 상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153일간 전국 일주를 한것은 인생을 걸은 것이고, 나와 인간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문은희 화백의 누드 수채화는 간결 담박하여 문인화 같이 보인다)
(문은희 화백의 누드 수채화는 간결 담박하여 문인화 같이 보인다)

 

2.  육혜숙(陸惠淑) 박사 (교육학)

지난번 내게 충주 산속 화실에 거주하는 운보 김기창의 제자 크로키 누드화가

문은희( 少園 文銀姬) 화백을 함께 찿아가자고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선물받은 소박한 copy 그림과 구입한 누드화의 사진을 카톡

으로 보내서 봤는데 나는 그 화제(畵題)가 궁금했다. 혜서(楷書)와 초서(草書)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의학 하는 분에게 풀어달라했더니, 十載秋 若兩眼算波 着着大宇宙臨之

如此 (십여년 동안 만약 두눈을 딴데 돌렸으면,대우주는 점점 이렇게 망가졌을 것

이다)라 회신이 왔다.

 

오늘 다시 육교수에게 물어봤다. 문화백의 누드화 화제 혹시 무엇인지 물어보았

느냐고 했더니, 받았다고 했다 :

 

연민 이가원 (淵民 李家源)선생이 쓴 문은희 누드화 화제평(畵題 評) :

 十載愁苦兩眼雙淚 莽莽大宇宙有誰知者,  白羊小春 淵翁讀

십년 동안 우수와 고뇌로 두눈에 두줄기 눈물 흘리니

아득하고 큰 천지간에 알아주는 사람 그 누구인가 ?

신미년(1991년) 10월 연민 노인이 감상하다.

 

아마 이 것은 화가의 한 생 어느 시절을 이가원 교수가 일러 말한것 같다.

 

(갤러리 올 에 전시중인 해바라기 꽃 - 제목 '미소' 김유라 작)
(갤러리 올 에 전시중인 해바라기 꽃 - 제목 '미소' 김유라 작)

 

3. 도운 송영기 (都雲 宋永起) - 시조시인

육박사가 시조 "노란 오이꽃"을 소풍 시인에게도 보내주었는데, 형식이

간결하고 함축미가 있어 좋다고 했다.

 

       노란 오이꽃

                    송 영 기

 

시냇가 맑은물에 씻겨진 모래처럼

햇빛에 반짝이는 물속의 사금처럼

환하게 빗물 머금고 활짝피운 오이꽃

 

   Yellow Cucumber Flowers

            By Song Young- Ki

           Translated by Lee IL-Woo

 

Like the sand washed by the clear water 

by the stream,

 

Like the gold sand in the water sparkling 

in the sunshine,

 

Cucumber flowers bloomed brightly

with the rain water.

 

(기둥 주련에 '또 밝은 달까지 불러 청풍,명월 그리고 나 세 친구를 이루었네'가 좋고, ' 세간에서 낮에는 밭갈고 밤에는 글을 읽는 두가지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말이 소중하다)
(기둥 주련에 '또 밝은 달까지 불러 청풍,명월 그리고 나 세 친구를 이루었네'가 좋고, ' 세간에서 낮에는 밭갈고 밤에는 글을 읽는 두가지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말이 소중하다)

 

            해바라기

                       송 영 기

 

넓적한 잎사귀는 코끼리 귀를 닮고

척박한 곳에서도 밝은 얼굴 환한 웃음

뭇 꽃을 굽어 보면서 듬직하게 종일 섰네.

 

무더운 한 여름날 큰 쟁반에 행운담고

정열의 꿈 감추고 해를 따라 도는 단심

시샘해 해바라기라 빗대어서 조롱하나

 

바람이 불어 온들 흔들리지 않는 성품

묵묵히 세월견뎌 가을되니 꿈 영글어

굽힐줄 누가 알았나 휘어져서 목이 천근

 

在炎天葵槃含幸運

雖風不搖默默忍苦

迎秋熟志而屈驚亢

 

펄펄 끊는 더운 여름날에

해바라기는 큰 쟁반에 행운을 머금고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고통을 견디고 있네 

* 한시 번역 : 한국한의학 연구원장 김기옥 

 

 

   付葵花畵

             潞山 

 

幼時籬下被花多

今玩畵中高興何

纖筆妙才如染紙

葵心炎熱一傾波

 

어릴때 울타리 아래 저 꽃을 많이 봤는 데

지금 그림속에 완상하니 반가운 고흥이 어떠한가

섬세한 필치 신묘한 솜씨 종이 의를 물들인 듯

작열하는 해바라기 마음 한곳으로 기울어 물결치네

* 화답시 : 해바라기 그림에 부쳐

 

( 찻집에 걸려있는 완당 김정희의 주련 추사체 글씨는 고졸하여 편하다. '부부와 아들 딸 자식과 손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최고의 모임'이고, '두부와 오이와 생강 야채가 또한 최고의 맛나는 요리' 아닌가)
( 찻집에 걸려있는 완당 김정희의 주련 추사체 글씨는 고졸하여 편하다. '부부와 아들 딸 자식과 손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최고의 모임'이고, '두부와 오이와 생강 야채가 또한 최고의 맛나는 요리' 아닌가)

 

4. 우리 셋은 이제 그 찻집에서 나와 인사동 갤러리 몇 곳을 돌아

전시회를 갔고, 몇 사람 시인과 애니메이션 배경화가 이상미 씨 

등 만났는데, 받은 시집을 보았다.

 

(이경열 시인이 시집 ' 작은 꽃들을 위한 시' 책을 가져와 선물 했다)
(이경열 시인이 시집 ' 작은 꽃들을 위한 시' 책을 가져와 선물 했다)

 

 

        간이역

                이 경 열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욕망은 쉼표같은 간이역을 폐쇄시켰다

사람들 발길이 끊기며 마을로 가던

오솔길도 풀숲에 덮혀 바람이 된지 오래

 

저녁노을이 곳집처럼 을씨년스러운

간이역을 삼킬 무렵

기차는 북한강 산모룽이를 돌고 있었다

 

더 빨리 가고 싶으면

간이역을 더 많이 만들어야 했다

먼 길 떠나는 철새도 엽서 한 장 남기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강 건너 소식 한 잎 전하고 가게

 

곁에 있어도 아득하기만 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폐쇄된 간이역이 있다

쓸쓸함을 넣으면 아침햇쌀이 배달되고

그리움을 넣으면 다른 그리움이 마중 나오는

우체통과 우편함 사이 간이역이 보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

모닥불 피워놓은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간이역이 언제 벌써 내 안에 들어와 있다

 

급행열차보다 빠른

마음 잇는 간이역이

사람과 사람 사이 어두운 커튼을 열고 있다

 

* 전 인덕대학교 교수,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연수이사 역임

 

 

(갤러리 올을 운영하는 김두녀 관장은 이름이 특이하여 인상적이고, 시집 제목은 ' 빛의 정 釘에 맞다' 이다)
(갤러리 올을 운영하는 김두녀 관장은 이름이 특이하여 인상적이고, 시집 제목은 ' 빛의 정 釘에 맞다' 이다)

 

         태몽 그 이후

                       김두녀 (金斗女)

1.

솟아오르는 둥근 달을 보고 크게 놀라

"망월이요 ! 망월이요 !

품에 안길 듯 다가오던 커다란 보름달

비록 서쪽에서 떠올랐으나 두렵고 황홀했던 심정을

고스란히 들려주시던 어머니는

꿈에서 깨어 다섯째 딸 나를 낳으셨다

 

내가 달을 좋아하는 이유

 

2.

집으로 가는 길

큰 느티나무가 있는 두 갈래 길

큰 황소를 만나 걸음을 멈추었다

길을 비켜주지 안던 황소가 무서워

한참 만에 돌아가던 길

풍작이 들어 때깔 좋은 벼가 텃논 가득

머리를 수그리고 국정 논의 중이었다

꿈에서 깨어 잘 생긴 아들을 낳았다

 

3.

산책 중 바닷가에 정박해 있던 배

한복판 칸막이 안이 궁금하여 가까이 가보니

수많은 실뱀들이 꼬물거렸다

몇 걸음 뒤로 물러 났을 뿐인데

진흙탕 길에 서있던 그이 팔뚝을 걷어 올리고

땅속 깊은 데서 들어 올린 건

흙 한점 묻지 않은 새파란 배추였다

 

꿈에서 깨어 예쁜 딸을 낳았다

 

나는 꿈 때문에 아들이 못 되었고

꿈 때문에 지금도 자식들을 이기지 못한다

 

* (사) 한국전업미술가협회 갤러리 올 관장

 

(김두녀 시인은 화가 이기도해서, 본인의 장미 그림을 작은 액자에 넣어 주었다)
(김두녀 시인은 화가 이기도해서, 본인의 장미 그림을 작은 액자에 넣어 주었다)

 

 

(강영자 화가의 '그 섬에 가고 싶다' 전시회에 걸린 '세방낙조의 해무')
(강영자 화가의 '그 섬에 가고 싶다' 전시회에 걸린 '세방낙조의 해무')

 

(목포에서 올라와 인사동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강영자 화백의 '천사의 섬과 구름'  91.0 X 60.6 cm,  Acrylic on Canvas, 2020)
(목포에서 올라와 인사동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강영자 화백의 '천사의 섬과 구름' 91.0 X 60.6 cm, Acrylic on Canvas, 2020)

 

(코로나로 인한 저녁 6시 이후 식당 규제로 저녁 식사 없이 헤어졌으나 맑고 즐거운 담화였다)
(코로나로 인한 저녁 6시 이후 식당 규제로 저녁 식사 없이 헤어졌으나 맑고 즐거운 담화였다)

 

(사진 촬영 : 글로벌뉴스통신,송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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