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입법독재, 법치주의를 뿌리째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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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입법독재, 법치주의를 뿌리째 흔든다!
  • 권혁중 기자
  • 승인 2021.09.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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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박수철)박수철 前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사진제공:박수철)박수철 前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서울=글로벌뉴스통신](기고)박수철 전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공수처법' '임대차 3법' '대북전단금지법' 하면 우선 '거대여당에 의한 강행 처리' '문제가 많은 법'이 연상될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제21대 국회에서 여당 독주로 통과된 법률들은 무수히 많다. 지난 1년 넘게 이어진 거대여당의 입법횡포가 국민의 뇌리에 생생한 가운데,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물리도록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 폭주'가 국민 비판 여론과 야당 반발 등의 장애물을 만나 잠시 멈췄다. 그러나 바로 직전까지의 언론중재법 개정 폭주는 다름 아닌 '법치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입법독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 원칙이다. 여기서 '법'은 물론 의회를 통과한 법률을 말한다. 그렇다면 법치주의는 아무 제한 없이 의회가 만든 법률로 구현되는가? 아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국가작용은 법률에 규정해야 하는 형식적 요소는 물론 법률이 독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법률에 담고자 하는 목적·내용과 수단 그리고 입법과정이 헌법의 이념·가치와 원리에 부합해야 하는 실질적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 그래야 법률에 근거한 국가작용이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며 법치주의와 조화할 수 있다.

법률의 목적·내용·수단 및 입법과정이 헌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판단한다. 어려운 법리적 측면은 논외로 하고 '대의민주주의' '의회주의'로 한정해 생각해보자.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간접민주주의의 정치형태에서는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을 대신하여 정치를 하는 '대의민주주의', 국민의 대표자로 구성된 '의회'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정책 결정권이나 입법권 등을 행사하는 '의회주의'가 자리잡고 있고, '의회주의'는 다수결 원리에 따르되 원내세력간의 '대화와 타협'을 핵심 운영원리로 삼고 있다. 입법 측면에서 '의회주의'는 입법 사항에 서로 상이한 의견이나 입장을 가진 국민이 존재하면 그들을 대표하는 원내세력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적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이를 법률의 형식으로 규범화할 때 실천된다. 이러한 '의회주의'는 입법과정을 지도하는 원리가 되고, '의회주의'에 입각한 입법과정을 거쳐 탄생한 법률은 국민에게 높은 규범력을 발휘하며, '법에 의한 지배'에서 말하는 '법'이 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의회주의를 일탈한 입법과정을 거쳐 법률을 생산하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다수에 의한 횡포'가 만들어내는 '입법독재'이며, '입법독재'는 당연히 법치주의와 양립할 수 없고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게 된다.

몇몇 사례는 거대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입법 폐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검찰개혁 명분을 내세워 수적 횡포로 밀어붙였던 공수처법으로 탄생한 공수처는 출범초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황제조사' 논란으로 스스로 공정성에 심각한 회의를 불러왔고, 공수처가 출범된 6개월 동안 경찰이나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한 각종 사건이 1천건을 훨씬 넘어 그 존재감에 의문을 초래했다. 당연히 '공수처를 왜 설치했고 과연 그 수사를 믿어도 되는가'라는 물음이 나온다.

북한 김여정이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자 하루 만에 발의되었다고 하여 '김여정 하명법'으로 회자되는 대북전단금지법은 거대여당에 의해 일방 처리된 직후 국내를 넘어 미국 내 전·현직 의원·관료, 석학과 싱크탱크 종사자, 한반도 전문가는 물론 영국 의회, 유엔 특별보고관, 국제인권단체 등 국제사회로부터도 '표현의 자유 침해' '반인륜범죄 저지 실패 사례' '민주주의 역행'이라는 강한 우려와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여당이 부동산대책 속도전으로 처리를 강행한 임대차 3법은 충분한 현장 의견 수렴 등 숙의 없이 입법된 결과 오히려 '전세값 폭등' '주거불안 증대' '임대차 분쟁과 갈등 증폭'의 원인을 제공하여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 언론사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행 1년을 맞은 '임대차 3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45.3%, 존속 또는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30.4%로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 평가 또한 엄중하다.

그럼에도 거대여당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언론의 자유'를 향한 입법독재 행보로 투영되는 언론중재법 개정 폭주를 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반헌법·반법치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각종 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오보에 대한 제재가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형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명예훼손죄 처벌로 가능함으로 인한 이중적 제재·처벌 가능성과 언론사에 불리한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등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과잉입법으로 언론계·학계·법조계로부터 위헌성이 쉼 없이 지적되었다.

또한 시간표를 정해 놓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 →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르기까지 야당을 무시한 입법폭주를 강행한 결과 그때그때 일방적 땜질 수정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입법폭주를 하면서 여당 편에 있는 지지자들에게만 귀를 열었고, 언론중재법이 정권과 권력의 감시·견제를 옥죄고 언론통제로 인해 오히려 '진짜뉴스'를 막는 '언론징벌법' '언론봉쇄법' '언론재갈법'이 될 수 있다는 언론인·언론단체·시민단체·학계·법조계 등의 합리적 목소리에는 귀를 닫았다.

그러는 사이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는 요구는 어느덧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었다.

세계신문협회는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을 지지한다’ 제목의 성명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정곡을 찔렀고, 국제언론인협회·국경없는기자회, 국내 거주 외신기자클럽 그리고 유엔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의 언론중재법 개정 폭주에 대한 항의와 걱정이 계속되면서 선진국 대한민국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으니 이런 황당함이 또 있겠는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거대여당의 입법폭주에 대한 국내외 엄중한 질책과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언론중재법 처리를 9월 27일까지 잠정 중단시켰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대여당이 보여준 언론중재법 개정 폭주 속에 내재된 입법독재라는 본질을 적당히 넘긴다면 우리는 역사와 미래 세대에게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는 순간이 도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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