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이 더해진 비극, 매주 반복되는 살해 후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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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이 더해진 비극, 매주 반복되는 살해 후 자살
  • 주성민 기자
  • 승인 2022.10.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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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근 국회의원 캐리커처)
(인재근 국회의원 캐리커처)

[국회=글로벌뉴스통신] 

 # 2021년 9월, 치매를 앓던 70대 아내를 돌보던 80대 남편 A씨가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 부인을 2018년부터 보살펴왔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내가 데리고 간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 2022년 3월, 50대 여성 B씨는 중증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극단적 선택의 뜻을 이루지 못한 B씨는 경찰에 딸을 죽인 사실을 직접 신고했다. B씨는 과거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함께 살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거라’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 2022년 7월, 40대 부부가 만 6세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부가 남긴 유서에는 빚 문제 등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6월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안타까워했던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원회)』은 가족 등 다른 사람을 죽이고 가해자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하, 살해 후 자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재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살해 후 자살은 매주 1번 꼴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 발생한 살해 후 자살 사건의 가해자 수는 총 416명으로, 연평균 52명에 달한다. 살해 후 자살은 피해자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죽음을 맞기 때문에 ‘동반자살’로 정의되는 사건과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따라서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신체적 약자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8년에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 살해 후 자살(시도) 사건에 의한 사망 아동은 각각 28명과 7명이었다. 이후 살해 후 자살(시도)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아동의 수와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이다. 2021년 기준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은 총 40명이며, 이 중 살해 후 자살(시도) 사건에 의한 사망 아동은 14명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살해 후 자살(시도) 사건에 의한 사망 아동의 평균 연령은 5.8세이고, 0세의 아동이 사망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재근 의원은 “살해 후 자살의 원인과 배경을 개인적 문제에서만 찾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살해 후 자살 사건의 상당수가 사회 안전망의 빈틈에서 발생하는 만큼 국가의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발표한 「국내 살해 후 자살의 현황과 특성」 연구결과에 따르면 살해 후 자살의 주원인은 관계 문제로 나타났는데, 자녀와 가족 살해의 경우 가족의 질병 및 사망 문제, 경제 문제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사례에서도 가족의 장애, 치매에 따른 간병 문제, 가계경제 및 부채 문제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재근 의원은 “최근 살해 후 자살 시도 사건을 맡은 재판부도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우리 사회가 충분한 관심을 기울였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사회 안전망을 꼼꼼히 뜯어보고 보완해야 한다”면서, “복지부는 살해 후 자살의 통계와 사례를 관리할 수 있도록 경찰청과 정보제공 범위를 협의해야 한다." 나아가 "사례 분석을 통해 사회 위험요소와 사각지대를 개선하는 방안과 절차를 강구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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