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글로벌뉴스통신]
「북악산에 올라」 외 2편 시조 감상 - 한용운 문학상 중견부문 우수상 작품
북악산에 올라
송 영 기
백악의 마루 올라 사방 경치 보렷더니
우거진 나무 사이 목멱 남산 겨우 봤고
인왕산 흰 호랑이는 지척 아래 엎드렸네
멀리서 차소리는 허공에서 웅웅대고
숙정문 북쪽 문루 푸른숲에 잠겼는 데
간간이 부는 서풍에 이마의 땀 식히네
평생을 오며가며 북악 즐겨 보았지만
정상에 와서 보니 북악은 안 보이고
명산에 좋이 올라서 비분강개 할소냐
저 아래 아웅다웅 다툼소리 벗어 나서
왕궁을 빼 놓고는 모든 경계 변한 서울
혼령도 옛 살던 집을 찾아갈 수 없겠네
(註) * 北岳山 / 白岳山 : 해발 342 M
홍천강변 민박
송 영 기
팔봉산 낮다마는 멀리서도 눈에 띄고
홍천강 소리 없이 흘러 내려 가는 강가
비온 뒤 갠 푸른산에 운무 피어 오르네
질경이 무성한 길 머위 비름 곰취 뜯고
벌레가 먹었지만 연지 찍은 저 복숭아
하나를 따 베 먹으니 고향생각 나누나
깊은산 인적 없어 나물 캐러 숲에 들다
계곡물 맑은 곳의 바위에 옷을 널고
흐르는 물 바라보며 지친 등목 하누나
태어난 시(卯時)*
송 영 기
감나무 연록 잎새 엽전 크기 자란 새봄
새벽에 일어나서 창문 열고 동녘 보니
여명의 하늘 밝히며 붉은 태양 떠 오르네
해마다 이맘때면 언제나 생각나는
어릴 때 내게 해준 엄마의 그 한마디
"산(産)갈라 놓고 밖을 보니 아침해가 솟았더라"
그 당시 나 태어난 시간이란 언급인데
시계가 없었건만 얼마나 정확한지
눈감고 해를 향해서 엄마의 말 생각하네
조신한 마음 들어 기원한 뒤 눈을 뜨면
어느새 높이 올라 밝은 햇살 눈 부신데
날 낳은 엄마는 가고 나 혼자만 여기 섯네
* (註) *묘시(卯時) - 상오 5시부터 7시까지
(송영기 시인 우수상 심사평)
자연을 관조하고 교감하는 시
지은경 (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한용운문학상 우수상에 송영기 시조 시인의 시 「홍천강변 민박」,
「태어난 시時」, 「북악산에 올라」 등 3편을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
정한다.
예술가들의 작품을 조사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첫 번째로 자연을
소재로 교감하는 작품이 제일 많았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왔다. 자연과 인간은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불가분의 관
계이다. 시도 단연 자연을 소재로 한 시들이 많다. 시조의 제목과
주제는 좋은 시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됨을 유념해야 한다.
연시조는 자연 자체를 즐기려는 태도에서 담고자 하는 것에서 시
작됐다.연시조는 평시조한 수로 담기 어려운 긴 호흡의 내용을 담기
위해 선택한 갈래로 본다.
시 「홍천강변 민박」은 화자가 홍천강변에서 민박을 하며 팔봉산에
올라 자연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시로 형상화하는 이미지즘의 시이다.
이미지즘은 회화적 기법으로 시각적 묘사를 강조한 것으로 현대시조
에서도 적용된다.
시 「태어 난 시時」는 화자의 태어난 시時를 한 수에 설명하기엔 부족
하여 연시조로 구성하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후 시계가 귀했던 그 시절
자연이 시계였다. 감나무 새잎이 돋던 봄, 아침해가 솟을 무렵에 화자는
태어났다. 해마다 감잎이 돋는 시기가 되면 어머니 생각에 숙연해진다.
시 「북악산에 올라」는 북악산에 올라 산 아래 서울 전경을 내려다보는
감회를 연시조로 술회하고 있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시이다. 이 시는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하는 야은 길재의 시를 떠올리게 한
다. 자연은 변함이 없는 데 인간 세상사는 변화무쌍하다. 웅웅 대는 차 소리,
다투는 소리, 명산이 좋아 올랐지만 화자는 비분강개한다.
시조는 반드시 운율에 맞춰 쓰므로 낭독의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송영기 시조시인은 우리의 전통 시조를 잘 이어가고 있어 이도 애국의 한부분으로 보고 싶으며, 심사위원들은 우수상으로 선정한다.
시조부문 우수상 당선 소감문
송 영 기
금년은 봄 여름 가을이 더 빨이 오고 가는 듯하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는데,감나무 잎은 아직 무성하고 추석 때만 해도 푸르던 감이 익어 주렁주렁 달려 풍성하여 우리집 앞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감이 많아 아름답다고 한다.
임인년 한해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 팬데믹도 이제 소강상태이고 세상일도 어느 정도 안심하게 되어 걱정을 들어 다행이다.
그런 가운 데 바쁘고 열심히 사람 만나 술도 마시고 여러 곳으로 어울려 문학기행도 하며 글도 많이 써면서 보낸 보람있는 해였다.
금년이 저무는 이 늦가을에 은근히 기다리던 또 다른 소식을 이번에는 늦은 밤에 카톡을 열고 알았다.
그냥 지나가는구나 하면서도 한편 꿈과 일진이 좋아 뭘까
하는 믿음도 있었는데, 응모한 "시조부문작품 <북악산에 올라>외 2편이 선정되어 한용운문학상 <우수상>에 당선되었음을 공식통보 드린다"는 문자를 10월20일 밤 12시 넘어 접수하고 안도하였다. 행운이다. 이리하여 2022년은 좋은 일,좋은해로 잘 마무리하게 되어서 무엇보다 기쁘다. 곧 눈 내리는 겨울이 오고 또 꽃 피는 봄이 다시 올것이다.
고려시대 문인 정지상의 시에서와 같이 :
" 절에 경치는 소리 그치고 하늘은 유리알 처럼 맑다.
그대 집에 술 익거던 부디 날 부르소서.
내 집에 꽃 피거던 나 또한 청하오리.
그래서 우리의 백년 세월 술과 꽃 사이에서 " 사는 것이다.
(사진촬영 : 글로벌뉴스통신, 송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