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옻나무에서 옻칠까지' 미니다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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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옻나무에서 옻칠까지' 미니다큐 공개
  • 안청헌 기자
  • 승인 2023.04.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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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글로벌뉴스통신]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은 자연의 옻나무가 ‘나전칠기’에 쓰이는 공예재료로 변신하여 활약하는 과정에 주목한 미니 다큐 ‘옻나무에서 옻칠까지’ 9편을 제작하고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이번 미니 다큐는 서울공예박물관이 진행한 <공예 소재 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상물로, 연구 성과물을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사진제공: 서울시)충남 무형문화재 문재필 논산칠장
(사진제공: 서울시)충남 무형문화재 문재필 논산칠장

공예 소재 기록화 사업은 공예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공예 재료’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어 장인이 자연의 소재를 가공하는 기술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조사·연구 사업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앞서 2019년부터 진행한 ‘초경공예’ 분야의 소재 연구 성과물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전시 <이 땅의 풀로 엮는 초경공예>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미니다큐의 주인공인 ‘옻칠’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진액으로, 한국에서는 기원전 1세기 원삼국시대부터 공예재료로 사용한 흔적이 확인된다. 특히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나전칠기가 국가의 공식 외교 답례품과 의례 공예품으로 제작되었기에 국가에서 옻칠의 생산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중앙시험소’에서 실시한 옻칠 분석시험에서 한반도 옻칠의 우수성이 입증되기도 했다. 이처럼 옻칠은 나전칠기로 대표되는 한국 ‘칠공예’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재료로서의 ‘옻칠’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옻칠공예 소재 연구를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진행했다.

‘공예 기록영상(SeMoCA Records) 옻칠공예편’ 시리즈는 4월 10일(월)부터 18일(화)까지 매일 12시에 서울공예박물관 유튜브(@SeMoCATV)를 통해 공개된다. 공예 기술 시연 과정과 함께 장인이 직접 들려주는 다양한 주제의 옻칠 이야기를 담았으며, 편당 15~20분 내외 길이이다.

9편의 영상은 ▴옻칠 채취(1~3편) ▴옻칠 정제(4~6편) ▴옻칠 활용(7~8편) ▴원주칠공예주식회사(9편)를 주제로 구성되었다.
 
‘옻칠 채취’를 주제로 한 세 편의 영상은 각각 원주의 ‘옻칠 채취’와 함양의 ‘화칠 채취’ 기술을 다룬다. 옻칠은 일제강점기까지 평북 태천과 강원도 원주 등 한반도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되었는데, 광복 이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오늘날에는 강원도 원주가 유일하게 옻칠을 생산한다. 그러나 활동 중인 채취 종사자는 4명 남짓에 불과하다. 그중 김부노 옻칠채취장의 6월에서 9월까지의 채취 여정을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화칠은 조선시대부터 확인되는 한국의 전통 옻칠 채취 방식으로, 현재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서 안재호 화칠채취장을 통해 전승되는 기술이 유일하다.
     
화칠(火漆)은 6~9월에 옻칠을 채취한 옻나무를 벌목한 뒤 불에 구워 표피 속에 남은 진액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예전에는 화칠을 목기에 칠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주로 약재 용도로 채취한다.

다음으로 옻나무에서 채취한 진액의 불순물을 거르고 공예품 제작에 적합하도록 가공하는 ‘옻칠 정제’ 기술을 보여준다. 옻칠을 정제하는 방법은 칠판에 옻칠을 부어 고무래질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재래식 방법과 기계의 동력을 이용해 휘저어 섞는 개량식 방법이 있다. 각지에서 채취된 옻칠은 정제 장인에게 전달되어 사용 목적에 맞게 정제된다. 지역별 대표 옻칠 정제 장인인 포천의 정수화 칠장(국가무형문화재), 논산의 문재필 칠장(충남 무형문화재), 남원의 박강용 칠장(전북 무형문화재)을 만나 공예 기술과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공예 재료로 가공된 옻칠은 공예품 제작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중 옻칠이 불상 문화재 수리에 활용되는 사례를 오세종 도금장의 시연과 함께 보여주고, 옻칠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개발하는 ㈜더나인칼라 한종수 대표의 개량 연구를 ‘옻칠 활용’으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해방 이후 한국 최초의 옻칠 전문 민간회사였던 ‘원주칠공예주식회사’를 다룬다. 1957년부터 1969년까지 운영된 원주칠공예주식회사는 옻나무 식재부터 옻칠 채취, 정제까지 옻칠의 전반을 다루었다. 1968년 공예부를 설립하면서 중요무형문화재(현:국가무형문화재) 고(故) 김봉룡(1902~1994) 나전장이 부장으로 초빙되어 나전칠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현재 강원도 원주 옻칠공예의 역사적 명맥을 잇게 한 중심축으로서 큰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당시 연구부에 근무했던 강원도 무형문화재 박원동 칠정제장, 옻칠 채취 인부로 있었던 박현석 옻칠채취장을 만나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를 채록하여 이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동안의 공예 연구에서는 나전칠기의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필수 재료인 옻칠에 주목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옻칠 생산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멸 위기에 처한 옻칠 생산업의 현황을 알리고, 옻칠이 공예 소재로서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한국 현대 옻칠공예의 역사에서 중요한 주축을 담당하는 원주칠공예주식회사의 주역들을 만나 인터뷰한 최초의 영상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이번 <공예 소재 기록화 사업>에 이어 2023년에 옻칠공예를 주제로 ‘옻칠에서 공예품까지’ 재료와 제작과정을 시각적으로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실물 표본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한 <한국공예상자(K-Craft Box)>를 제작할 계획이다. ‘옻나무에서 옻칠까지’ 과정을 기록한 이번 미니다큐 시리즈와 연계하여 공예품 제작의 전체 과정을 연결하고, 그동안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연구성과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미니다큐 시리즈를 통해 공예 소재로서의 ‘옻칠’이 대중적으로 주목되고 공예 생태계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서울공예박물관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공예 이야기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로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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