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를 야기하는 형사 법정의 현실을 개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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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를 야기하는 형사 법정의 현실을 개선 요구
  • 권건중 기자
  • 승인 2013.05.0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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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성폭력피해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자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수사, 재판과정에서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여 현재의 진술녹화제도 및 피해자국선변호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 3.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인권 침해적 재판 현실은 극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 사건 피해 아동에 대한 진술녹화가 이미 3차례나 시행되었기 때문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의2 제5항에 따라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은 신뢰관계인인 피해자 국선변호인에게 진정성립을 인정시키면 되므로 피해 아동을 반복적으로 법정증인으로 세울 긴급한 필요성이 없었다.

특히 피해 아동은12세에 불과하고, 지적능력수준이 70이하로서 정신지체 수준이 심각하여 지적장애 경계선상에 있고, ADHA장애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무리하게 2시간 이상 동안 일반 형사법정에서 증인신문을 강행하였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에서 정하고 있는 비디오 중계장치 등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증인신문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재판부의 편의만을 위해 이를 회피한 것으로, 피해 아동의 인권 보호를 게을리 한 것이다.

또한 피고인과의 분리신문을 통해 피해 아동이 가해자가 없는 자유롭고 편안한 장소에서 신문 절차가 이행되어야 함에도,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면전에서 가해자인 피고인이 근처에 있음을 암시하며 피고인측 변호인을 통해 추가로 물을 것을 확인하여 피고인의 육성이 피해 아동에게 전달되는 불안한 상태를 스스로 조장하였다.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인에게 재판부는 “증인신문 중에 끼어들면 퇴정시켜 버리겠다”는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았고, 이러한 소송지휘권의 남용으로 피해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피해자 국선변호인의 정당한 의견개진권을 포함한 변론권을 철저히 무시하였다.

아울러 연령과 지적수준 능력이 낮은 피해 아동에게는 증인신문에 있어 특별히 인권침해가 없도록 사전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그 질문의 수준도 지적능력에 맞는 질문으로 사전 전문가의 의견청취를 통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개방적 형태로 질문하고 반복질문이나 강압적인 표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질문은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부는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아 피해 아동이 증인신문 이후 한참이나 울며 “판사 아저씨 말이 뭔 말인지도 모르겠는데 왜 나한테 그러느냐” 하며 괴로워하였다는 점은 법원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제2차 피해를 야기한 것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이는 성폭력범죄 사건의 증인신문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제2조 제2항 ‘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증인의 인권과 특성을 배려하고 당해 사건과 무관한 증인의 사생활에 관한 신문이나 성적 수치심 또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신문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측에 대한 의견진술의 기회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오히려 의견진술이나 재판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호자나 국선변호인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퇴정시키겠다. 말하지 말라”고 일체의 의견개진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는 아직도 우리 법원이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한 피해자 방어권 및 법률적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피해자 인권을 위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의 6에 규정된 피해자 국선변호인의 공판절차 출석권 및 포괄적인 대리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개선이 시급히 요청된다.

이에 우리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형사 법정에서의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원의 재판 현실 개선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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