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의원, 위기는 곧 기회 지금이 결단을 내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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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의원, 위기는 곧 기회 지금이 결단을 내릴때
  • 글로벌뉴스통신
  • 승인 2013.02.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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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2.21.강연

 1.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2013

스위스 동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작은 휴양도시 다보스(Davos)에서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열렸다. 지난 1월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이 회의에 나는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회복되는 역동성(Resilient Dynamism)’이다. 이 회의에는 45개국의 정상과

 2,600 여명에 이르는 경제전문가, 기업최고경영자, 국제기구 수장, 정책전문가 그리고 정치는 물론 언론,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엘리트들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계경제의 역동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를 놓고 3개 분야 205개의 세션이 진행되었는데, (1) 역경극복 선도(Leading Through Adversity)분야에서는 회복력 있는 기관설립방안, 의사결정과정 개선방안 및 개인의 탄력성강화를 통한 경쟁력강화 방안이, (2) 경제적 역동성 회복(Restoring Economic Dynamism) 분야에서는 포괄적인 번영을 집대성하는 방안과 경제회복의 자신감을 재건하는 방안 및 기업혁신을 촉발하는 방안 등이, (3) 사회적 회복력 강화(Strengthening Social Resilience) 분야에서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보강방안, 천연자연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방안 및 공동규범수립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나는 기자회견과 ‘한국의 밤(Korea Night)’ 축사를 통하여 한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대북정책을 설명하였고, 4명의 국가정상, 5명의 국제기구 수장 그리고 3명의 각료와 석학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비전과 정책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참석자들은 동북아시아에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여성 최고지도자가 등장한 사실을 경이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 여성대통령이 한국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높은 기대와 관심을 표명하였다.

2.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

 나는 10여 년 전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를 만난 일이 있다. “당신이 말한 제3의 물결 다음에 오는 물결은 어떤 것인가?” 나의 직설적인 질문에 그는 거침없이 응답했다. “정보기술(IT)이 일으킨 제3의 물결을 넘어 IT와 생명기술(BT)이 융합하여 일으키는 제4의 물결이 이미 밀려오고 있다. 오늘 우리는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그렇다.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의 폭과 속도는 ‘혁명적’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어휘가 없다.

이 변화를 일으키는 근원적인 힘은 날로 진보하는 디지털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공간을 열었고, 사이버공간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나간다. 전통산업은 지식산업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산업사회는 지식사회로, 산업문명은 지식문명으로 전환을 이룬다. 세계가 하나의 활동공간으로 통합되고, 조직속에 갇혀있던 개인의 독립성은 눈부시게 확대된다. 같은 판(板) 위에서 이루어지는 변화가 아니라, 판 자체가 바뀌면서 일어나는 변화이다. 그러다보니 변화의 폭과 속도 그리고 방향을 가늠하기가 너무 어렵다.

 다보스포럼은 올해의 주제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독립적이면서 상호 연계되어 있는 시대, 즉 초연계(hipper-connectivity)세계로 알려진 현실 속에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변혁적 기회요인은 물론 순응적 도전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리더십 형태를 나타낸다. 그러나 자신감을 재건하고 성장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무시무시한 정치경제적 충격에 취약하다. 정말로 글로벌 경제를 위해 안전위주의 계획이 아니라 공공 및 민간부문 지도자들은 역동적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고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역동성은 성공적인 기업들에게 전략적 민첩성을 발휘하고 회복력을 갖추기를 요구한다.’

3. 새 정부의 경제 및 대북정책

나는 다보스포럼에서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의 경제 및 대북정책을 설명했다. 경제정책의 골격은 창조경제, 개방경제 그리고 사회통합이다. 창조경제는 중소기업 중심, 첨단과학기술의 융합, 기초과학 투자확대 등을 통하여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함을 목표로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여 창조경제를 체계적으로 추구하며, 보호주의를 반대하고 개방경제를 지향한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향유토록 하며,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복지 확대를 통해 사회통합을 추구한다. 중견국가(Middle Power)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나라의 역할을 키워 나간다. 특히 개발도상 국가들과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나누어 지구촌의 빈곤퇴치에 앞장선다. 새 정부는 현 정부가 추진해온 녹색성장 전략을 발전시켜 기후변화 이슈를 선도한다.

 세계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시한다. 특히 장거리 미사일발사 이후 3차 핵실험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높은 관심을 보인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이라는 목표에 관한 한, 박 당선인의 의지는 너무나 확고하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공조,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비핵화의 목표를 넘어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어내야 한다. 이 점에서 비핵화만이 당면한 국가이익인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와 우리의 입장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박 당선인은 ‘신뢰(Trust)’를 대북정책의 키 워드로 제시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북한에 대하여 언제든 대화의 창을 열어 놓는다. 쉬운 일부터 문제를 풀며 신뢰를 키운다. 우선 식량,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 받는 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적 문제부터 풀어나간다. 신뢰가 축적되면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한 협력도 가능하게 되고, 신뢰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새 정부의 경제, 대북정책은 앞에서 말한 시대의 혁명적 변화를 수용하여 설계되었고, 경제도약 그리고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그 내용과 전략은 상황변화에 맞추어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위기는 곧 기회

위기는 변화 속의 한 단면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현대사를 반추해 보면,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위기를 잊고 살았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위기는 우리의 삶 속에 일상화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가까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국제금융위기 등 우리 경제는 위기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이를 극복할 때 우리에게 더 강해지고 부유해지는 축복을 준다. 위기가 없다면 그런 축복의 기회도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위기는 곧 기회라고 말할 수 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통찰력 넘치는 어록 하나를 보자. ‘이 세상에서 어떤 종(species)이 가장 강한 종인가? 덩치가 큰 종인가? 아니다. 힘이 센 종인가? 아니다. 생존능력이 뛰어난 종인가? 아니다. 그러면 어떤 종인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는 종이 가장 강한 종이다.’ 다윈은 자연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이런 말을 하였을지 모르지만,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인과 같이 사회의 변화 속을 살아가는 존재에게도 이 법칙은 어긋남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변화의 속도는 너무 빨라 가히 혁명적이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이 일으키는 현대문명의 키워드를 속력(velocity)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변화에 적응하려면 속력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펜실베니아대학 워튼 스쿨에서 만난 한 교수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지금까지는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먹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빠른 놈이 느린 놈을 잡아먹는 시대이다.’ 빠른 것으로 말하면 우리 국민, 우리 기업, 우리나라를 당할 곳이 어디에 있을까. ‘빨리 빨리’는 우리 기질, 우리 문화의 정수 가운데 하나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이룬 경제의 초고속 성장과 민주주의의 빠른 성취는 세계가 인정하는 현대사의 기적이다. 나는 그 교수의 말을 들으며 곧 우리 민족의 시대가 열린다는 확신을 더하게 되었다.

 워털루전투에서 나폴레옹을 격파하고 돌아온 영국의 웰링턴장군은 그의 모교 이튼스쿨을 방문하여 후배들에게 이런 연설을 하였다고 한다. ‘워털루전투의 승리는 내가 이 학교를 다닐 때 이미 결정된 것이다.’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과 때를 놓치지 않는 결단력을 이튼스쿨에서 연마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우리가 직면하는 오늘의 많은 문제들은 오래 전 우리가 내렸던 어떤 결정의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오늘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따라 오늘이 아닌 미래가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개인이든, 기업이든 또는 정부이든, 우리는 미래를 향한 결정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우리사회를 어둡게 하는 청년실업과 양극화, 높은 이혼율과 자살율 그리고 대책 없이 진행되는 급속한 노령화는 현 정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10∼20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고 필요한 전략적 결정을 하지 못한 과거정부의 잘못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미국 26대 대통령 테오도르 루즈벨트가 남긴 불후의 명언을 음미해보자.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최선의 길은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차선의 길은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길은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결과가 좋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결과가 나쁘더라도 때를 놓치고 아무 결정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의미이다. 결정이 잘못된 것을 아는 순간 적어도 수정할 기회는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5. 지금이 결단을 내릴 때

 나라도, 기업도, 개인도 혁명적 변화의 물결 위에 흔들리고 있다. 변화의 폭과 속력은 점점 더 격렬해진다. 이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다보스에 모인 사람들은 지구적 차원에서 변화의 본질을 통찰하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해법을 모색한다. 동시에 다른 나라, 다른 기업 보다 변화의 흐름에서 밀려나지 않고 오히려 변화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한다.

 우리는 국민을 절망시키는 낡고 병든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 정당, 선거제도, 국회, 권력구조 등이 개혁의 대상이다. 목표는 정치가 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끌고 국민의 행복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국민의 믿음이 형성될 때까지 뼈를 깎는 개혁의 결단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정부 또한 빠르고 품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관료를 위해 정부가 있고 나라와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부가 있고 관료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느리고 자의적인 행정 서비스로 국민 개인이나 기업이 무슨 수로 변화의 파도를 타고 넘을 것인가!

 사회통합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다보스에서 만난 OECD 사무총장 앙헬 구리아는 지난 5일 ‘한국사회통합보고서(Strengthening Social Cohesion in Korea)’를 들고 서울에 왔다. 그는 박 당선인에게 이 보고서를 드리고 국회의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우리사회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개혁, 생산적 복지, 일자리 창출,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정책적 결단이 이어져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개혁에 저항하거나 변화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개혁에 동참하고 변화를 선점하기 위한 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처럼, 오늘 날 ‘모든 길은 경제로 통한다’.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고 평화적인 통일의 길을 여는 일도 따지고 보면 모두 경제로 통한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 한국 국민의 1인당 소득이 8만 달러가 되어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 통일 후 30∼40년 안에 국가 GDP가 프랑스, 독일을 넘어설 수 있고, 어쩌면 일본을 넘어서서 미국, 중국과 함께 G3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하였다. 우리는 통일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버리고 희망을 키워나가야 한다. 남북 간의 불신을 지우고 신뢰를 키워나가야 한다. 남북 간에 희망을 공유하고 신뢰를 키우면, 우리는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에 이를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제시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결단들이 이어져야 한다.

 변화는 위기와 동시에 기회를 몰고 온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결국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이 우리 모두에게 변화를 선점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결단을 내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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