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문인협회, 시화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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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문인협회, 시화전 개최
  • 송영기 기자
  • 승인 2022.10.10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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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씨 청명한 2022.10. 8 토요일 오후3시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 숲 공원에서 강북문인협회 회원들이 시화전 및 시낭송회를 열어 단체 기념촬영을 하였다)
(가을 날씨 청명한 2022.10. 8 토요일 오후3시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 숲 공원에서 강북문인협회 회원들이 시화전 및 시낭송회를 열어 단체 기념촬영을 하였다)

 

[서울=글로벌뉴스통신]강북문인협회 시화전 및 시낭송회 개최

 

강북문인협회(회장 김호진)은 2022년 10월 8일(토) 오후 3시 서울 강북구 번동 북서울꿈의 숲 서문 쪽 라포레스타 위에서

시화전과 시 낭송회를 동시에 개최 하였다.

회원 35명이 시 작품을 제출하여 페난트를 걸었으며, 파란하늘 흰구름 뜬 청명한 가을 공원 잔디밭 소나무 아래에서 화기애애하게 모여 국중홍 부회장의 사회로 김호진회장의 인사말과 해남 박정희 수석부회장의 경과보고 순으로 편한 자세로 들으며 진행하니 가을 소풍을 온 기분이었다.

시낭송은 류연경, 이옥순, 권경희, 임서정,김영섭, 심재영, 조기홍 시인과 화가 임경숙 시인 등 여러분이 개성있게 하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천등문학회장인 이진호 고문도 자리를 함께 했으며,시화전은 2일간만 전시한다.

 

(흰구름 뜬 푸른 하늘아래 전 노동부 장관, 노사정위원장을 역임한 고려대 명예교수, 강북문인협회 김호진 회장의 '탈북' 시화 페난트앞에서 회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 )
(흰구름 뜬 푸른 하늘아래 전 노동부 장관, 노사정위원장을 역임한 고려대 명예교수, 강북문인협회 김호진 회장의 '탈북' 시화 페난트앞에서 회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 )

 

탈북

     김호진

 

두만강,

서러운 흐름

아픔 없는 삶이 대저 있는가

지나면 다 옛일인 것을

 

 

아버지

         김봉균

 

헤마다 앞마당

장미꽃 필 때면

아버지가 그립다

함께 가꾸던 장미

부끄럽지 않응 자식

당신 닮아

 

어느덧

그 소년이 어른이되어

그 장미를 가슴에품고 있다

 

(왼쪽부터 여현옥, 송영기, 권경희, 이옥순 시인들과  송영기 시조시인의 시화 '노란 오이꽃' 을 읽고)
(왼쪽부터 여현옥, 송영기, 권경희, 이옥순 시인들과  송영기 시조시인의 시화 '노란 오이꽃' 을 읽고)

 

노란 오이꽃

           송영기

 

시냇가 맑은 물에

씻겨진 모래처럼

 

햇빛에 반짝이는

물속의 사금처럼

 

환하게 빗물 머금고

활짝 피운 오이꽃

 

 

생일선물

         이병훈

 

새해 달력에

표를 살짝 해두었다

지난 해 깜박하고 지나친

아내의 생일날에

점하나 찍어두었다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생각을 굴렸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문득, 스쳐가는 엊그제 밤

물끄러미 홈쇼핑 방송을

바라보던 아내의 모습

 

그녀가 잠든 사이

손가락을 몰래 재어 보았다

결혼반지 끼어주던 때의

그 곱던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마디 굵은 손가락이 가슴을 친다

 

그 날이 오면

아침은 내가 지어야지

미역국도 끊여놓고 아내를 깨워야지

그녀가 곤히 잠든 사이

굵어진 손가락에 살며시 끼워준

내 마음 젖지 않도록 ---

 

(강북구 번동 북서울꿈의 숲 서편 공원에 게시 된 시화들 부분)
(강북구 번동 북서울꿈의 숲 서편 공원에 게시 된 시화들 부분)

 

          조정민

 

청 푸른 옷자락 휘날리며

노을 진 들녘을 안고 가는 

저 여인은 누구일까

 

풀벌레 소리 들으며

어디로,

어디로 가고 있을까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지난날의 추억 찿아

먼 먼 망향의 길

 

오롯한 바램으로 

인고의 세월 지나서

별빛 아침이 되었네

 

 

달나라 체험기

                전하라

 

달에 오른다

어미 달에 등기를 낸 

아는 시인들이 어깨를 사다리 삼아 올라간다

 

그 시인들은 연휴인지 달에 와서 쉬고 있었다

나는 떡방아 찧는 토끼를 잡아 술을 대접하려고

수명 다한 계수나무를 잘라 장작을 지피고

차가운 달을 데워 토끼고기를 구워냈다

 

갑자기 이태백이가 나와 소리쳤다

이놈들 누가 허락도 없이 남의 땅에 들어와서 난리야

그러자 이상이 이태백의 멱살을 쥐며 우리 시인들의 역성을 들었다

 

소월이도 동주도 가세했다

상병이는 여전히 막걸리만 마셔대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달에다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두었다

 

 

말 

     국중홍

 

내가 주는 말

네가 받는 말

 

받기 좋도록

둥글둥글 만들어

데굴데굴 굴리자

 

서로 주고 받을 때는

둥근 공처럼

 

두 손으로 받아도

품에 안아도

아프지 않게 던지자 

 

 

(소나무 그늘 잔듸 위에 편하게 둘러서서 김호진 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소나무 그늘 잔듸 위에 편하게 둘러서서 김호진 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바람

         임서정

 

오늘 아침

내방 창문을 누군가 두드리는 거야 

 

깜짝놀라 

창문을 열었지

 

그랬더니 네가

창밖에서 미소 짓고 있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여름내 널 기다리다

열병이 나 있거든 

 

 

노란 민들레  

             권경희

 

하늘가 바람타고 홀씨 된 민들레 

꽃 얀데레 사랑앓이 벗고파

훨훨 날아 어디든 가고파서

바람 힘 빌렸구나

 

들판에 골목길에 한자리 꿰차고서

민들레 홀씨되어 가녀린 너의 자태

수줍은 듯 사랑받고

골목길 모퉁이에

 

밟히고 또 밟혀도 꿋꿋이 버티면

레몬향 뿌려놓듯 노랑 꽃 봉우리

바람따라 흔들리며 향기를 피우리라 

 

 

은총 

          여현옥

 

뒤뜰 개나리 가지가

노란 입술을 내민다

 

신은 누구를 위해

저 여린 꽃봉을 매달았을까

 

마냥 아름답게 살라고

가진 향 다 나눠주고 가라고

 

어느 시인의 붓 자국이

꽃잎처럼 나부낀다

 

 

(시화전과 함께 한 시낭송회에서 화가 임경숙 시인의 퍼포먼스 장면)
(시화전과 함께 한 시낭송회에서 화가 임경숙 시인의 퍼포먼스 장면)

 

갯벌

         박정희(해남)

 

울 엄매는 바다에서 살았네

 

마을 앞바다

갯벌에 발을 묻고 엎드려 있었네 

 

갯벌을 뒤지는

호미가 된 울 엄매 손을 보고

해오라기 날아가며 낄낄거렸네 

 

해를 바다에 묻은 후

철거덕 지고 온 망태기엔 

별무더기가 쏟아졌네 

 

비릿한 갯벌냄새에

바닷소리가 적힌

울엄매의 옥양목적삼

 

 

가을 안부

           류연경

 

단풍이 익었다고 전화가 왔어요

시들기 전에 어서 만나러 가자고

오늘은 단풍같은 옷을 입고단풍을 만나고 싶어요

빨간 모자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간밤에 내린 늦은 가을비에

약속을 취소하는 전화가 왔어요

단풍이 너무 멀어져 버렸다고 

 

당신의 안부처럼 낙엽이 한 장 두 장

빛바랜 사진처럼 단풍도 빗속으로 사라져가요

혼자라도 단풍을 만나러 가야 겠어요

몇 해 전 단풍나무 앞에 세워 둔 그 약속이 무사한지

 

 

고희연

          김재옥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십년이면 강사니 변하고

일곱 번이나 변했구나

칠십년을 걸었으니

어디까지 걸었을까 

 

친구야 !

우리 눈대중으로 재어보자

지구 땅끝까지 걸으려면

삼십 녀는 더 거러야지

 

하늘이 오라고 손짓해도 

올려다보지도 말자

구름이 태워다 준대도 

따라가지도 말자

 

먼저가 있는 친구들이

발밑에서 불러도 대답하지도 말자

이토록 좋은날

 

하늘아 구름아

친구야 !

내려와서 함께 어울려 보자

 

오늘같이 좋은 날에 

 

 

솔모랭 느티나무

             임율려

 

천개의 팔이 있다

만개의 눈과 귀가 있다

만 개의 혀와 입술과 수저가 있다

혀는 빛을 먹고

수저는 별빛을 떠먹고

달빛으로 그림을 그린다

 

새 어르던 팔과 

둥지를 얹어둔 어깨

그네 줄 내려주고

보름날엔 씨름판 열어주었다

달빛 그늘은 동네 비밀을 만들었다

 

매일 어머니가 바라보면

솔모랭 느티나무

내부수술을 하고

통복산을 바라보며

묵묵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시낭송회를 지켜보는 회원들 동정)
(시낭송회를 지켜보는 회원들 동정)

 

노을

       안병애

 

들녘을 가로지르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붉은 노을 펼친다

비가 오는 날에도

바람부는 날에도

붉게 소리없이 내리는

널 바라보며

물들어간다

하늘위로 날리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또다시  날

잠재우고

깊이깊이 들여다보며

수많은 구름이 밤새 그렇게 만들어져

바라본다. 아무렇지 않게

오늘 찟긴 꽃잎처럼

저만치 있는 노을을 끌어드리기 위해

창을 낸다 

 

 

남촌 가는 날

            이옥순

 

검은 갯벌 눈 비비며

기지개 켜는 소리에

망울 터지는 봄

 

수줍게 손짓하는 진달래 앞장을 서고

보슬비가 살며시 마중 나왔죠

 

고개 넘던 바람이 먼져 나와

풋 소식 전해 줍니다

 

바다 꽃 한 접시에 둘러앉은 교동 친구들

이야기꽃 다발다발 피어나는 하루

 

 

시향에 취해 본다

                  이진호

 

내 맘속에 심어놓는 한 수의 시 속에는

현재의 꽃 미레의 꽃 피고 지고 있어요

 

현재는 기쁨의 향기 미래는 희망의 향기

오늘은 시의 날 시향에 취해 본다

 

가슴속에 담아 놓은 한 수의 시 속에는

사랑의 꽃 미움의 꽃 피고 지고 있어요

 

사랑은 베품의 향기 미움은 과용의 향기

오늘은 시의 날 시향에 취해 본다

 

 

인생길

             조기홍

 

지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인생길

기다려 주는 이 없고 가고 싶지 않아도

외롭고 고독한 이 길 을

나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환희 비친 햇발과 꽃 노을을 너머

버뮤다 끝으로

항해를 떠나는 여정

 

세찬비 내리고 바람 불고

만남과 헤어짐에 가슴 아파할 때도

끊임없이 가고 또 가는 인생길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먼 곳을 향해

너와 내가 시간을 쳇바퀴 굴리며

오늘도 가야 할 길을

말없이 받아들인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 살고 가는 우리 인생길

아름답고 귀하게 여기며

서로 사랑하며 마음을 나누리

 

 

운명(運命)

          이 한

 

청명한

하늘 아래 신비스러운 천연한 빛

늘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

 

홀연히 미소 지으며

설레는 가슴 남몰래 흔들어놓고

마음 전부 앗아 가버린 얄미운 사람

 

촉촉한

이슬에 젖은 아련한 눈빛

갈바람에 스치는 영롱한 향기

 

언제나 포근하고 따스한 햇살처럼

황홀한 미소 짓는 운명 같은 그런 사람

가슴 깊이 파고든다

 

(시화전 현장의 망중한, 소풍 온 듯 편안한 픙경이 따뜻하기 그지 없다)
(시화전 현장의 망중한, 소풍 온 듯 편안한 픙경이 따뜻하기 그지 없다)

 

가로수를 전지하며

            서진송

 

파주시 출판단지

가로수 전지작업

나무는 자라건만

가지가 무성하여

 

건물에 간판 가린다

사람들 아우성이다

푸르고 좋은 나무

얼마나 멋있는가

 

여름날 그늘되고

삭풍도 막아주고

고마움 모르는 걸까

가게 간판 중시해

 

나무가 무슨 죄랴

사람이 나쁜 건가

톱질을 하면서도

마음이 어두워져

괜스레 푸른나무에

미안한 맘 전하네

 

 

나 그대를 사랑하리니

                심재영

 

나, 그대를 사랑하리니

내 마음 깊은 곳

차마 그대가 떠난 슬픔이

저 머언 하늘을 헤매이다

는하수가 되어

 

빈 겨울

얼어붙은 들판위에

떨어지는

폭설이 되리니

 

세상의 모든 슬픔

세상의 모든 고통이

한 순간 밀려와도

그대가 떠난

슬픔보다

더 하진 않을 것을 ...

 

나,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빛이 꺼진 뒤에

남아있는 사랑의 불씨

그대의 빛이

오늘

내 심장에서 타오르기에

나,

그대를 사랑하리니...

 

 

추산상사(秋山相思)

                   박정규

 

山 목소리 작아져 바짝 다가섰더니

푸르던 등허리 수척해지는 까닭을

삭혀서 쌓는 한숨 소리가 들렸다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던가

혼자 지나가는 바람

그 뒷모습을 잇댄 소문에 그만

산자락 모두가 우수수 술렁이고 말았다고

거기 매달리다 흩어져버린 물방울들은

아무렇게나 땅에 몸 드러눕혔다고

지금은 돋는 숨결만 하얗게 토해낸다고

지나가며 어루만지던 그 손길

자신도 차마 뿌리치지 못해

몸 달아 올랐었다고

부끄러워서

자꾸 모가지와 뺨을 붉히는 잎

 

 

이별에 관한 서시

                신효선

 

눈물은 내게서 빼앗아간 삶에 대한 신의 선물

어젯밤 꿈 하얀 엄마가 저 멀리서 나를 부른다

어디로 갈지 좀 알려주세요

 

을씨년한 저녁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단 한번도 내게 우산을 건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안개로 흐린 날 저 멀리 등댓불이 외롭다

처절하게 파도만 철썩인다

 

바닷물 따라 흘러갔던 종이배는 물결에 밀려왔다가

썰물 진 가슴속으로 가라 앉았다

파도야 너는 아느냐

피눈물 뚝뚝 떨어지는 무너지는 마음을

 

지나간 삶을 그리며 바다를 배경으로

마지막 삶을 사진에 담았다

 

내 생애 어느 여름날은 그렇게 갔다

 

 

감국(甘菊)

            이종구

 

그대 오지 않는 가을 한 귀퉁이

무릎깍지 끼고 앉아서

속으로만 돌돌거리는

애끊는 물소리 듣고 있었지요

 

꿀벌들은 어찌그리 잉잉대는지

한눈파는 사이 혓바늘이 돋고

불임의 구름 한 덩이 조심조심

마른개울 건너갔습니다

 

낡은 시간의 출렁거리는 다리 건너

눈 맑은 바람 한 줄기

내게 달려와 볼 부비며 외쳤지요

"와- 감국이다 !"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나는 꽃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확 그대를 껴안으려다 그만

허리가 지끈둥하였습니다

 

 

마장호수 단상

                  김영섭

 

잔잔한 물결 위 금빛 물보라

각기 뽐내는 제맛에 취해

끝없이 펼치는 물무늬의 고혼(孤魂)들

걸어온 발자국 따라 흔적 지운다

 

묵언의 기도로 믿음 주는 산 그림자

출렁다리 넘어가는 속세의 민초들

물 너머 구름 더 가까이

모두가 함박꽃이다

 

부질없이 춤추는 물안개

산허리 가득찬 산림

고요 속 세파소리

메아리로 울린다

 

호수의 깊이만큼

댐을 버티는 모든 힘들이

하나로 받쳐주는 넉넉한 맘

산과 물이 한마음 된다

 

 

백란의 달

        김택기

 

삼각산 푸른 숲

노송 사이로

웃고 있는 저 보름달

낯가림 하는지 청록에

얼굴묻고 숨어 엿보고 있다

 

기다림 속 그리움

비웠다 비웠다

시시때때로 돌고돌아

솔바람 잎새 여미고

멋 다 부리고 있는 저 여인

빛을 풍기며 봐 달라 한다

 

달빛 빠진 푸른 물 낭랑하다

마음을 빠뜨렸다

 

 

수련 밭

       신복록

 

화창한 아침햇쌀

습지를 잠 깨우니

간밤에 이슬방울

연잎에 내려앉아

스치는 바람길 따라

시소놀이 즐긴다

 

풀위에 눈부시게윤슬이 반짝이고

수련 밭 아름다운

꽃물이 피어나니

동그란 초록쟁반

단아하다 그 모습

 

 

벽에 핀 해바라기

            김임생

 

해를 반기듯

마주보고 논다

 

송이송이

태양이 들어 있어

뜨겁게 피어난다

 

붓끝에서 피고 지고 울면서 웃다가

드디어 캔버스는

노란 꽃밭이 되었다

 

내방에 사철 피는 꽃

나는 해바라기밭에 살고 있다

 

 

        변성희

 

수 만년의 긴 세월

모진풍상 인고의 아픔

몸을 구르고 또, 굴러 

쓸모없는 돌인 줄 알았는 데

 

세월의 봄 흘러 보내고

겨울 가까이에서 편안히 미소짓는

둥글고 작은 돌, 나이를 잊은 채

숨을 쉬고 있다

 

다듬고 다듬어진

시련의 아픔 고스란히 담겨

더 이상 구르지 않아도 

묵묵히 너 모습 닮아가는 나 

 

 

장미

     박일소

 

사랑이 깊어

하얀 마음 붉게 물들인 뒤

이 계절 내내 향기를 마셔도

갈증은 가시지 않네

 

그대의 젖은 눈

빈 가슴에 박혀

상처가 깊을수록

꽃잎은 더욱 붉어가고

 

마음의 상처

화농이 짙어져

향기로 토하다 못해

밤마다 가시로 돋아나

내 사랑을 찔러 아프게 하네

 

 

품고 싶어서

        임경숙

 

뼈 으스러지게

허리 펴지지 않게 

목 굽혀지지 않을 만큼

하열하면서

절뚝거리면서

광기에 사로잡혀

먹기나 잠자는 것 잊기도 했다

아름다운 세상 가슴에 품고 싶어서.

 

 

별들의 밤바다

           오남희

 

붉은 노을에 잠기는 허공

뱃고동 소리도 잠잠한 

어둠을 뚫고 빛으로 분출되는

수면 위에서 사랑을 주고 받는

밤바다는 별들의 놀이터다

 

파도에 떠밀려도 바다는

다시 돌아와 별들을 품는 데

세월 지나는 외진 길목에서

빛을 잃었을 때 우리를

품어줄 새벽별은 어디 있는가

 

 

(사진촬영 : 글로벌뉴스통신, 시조시인 송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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