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원, “일방적 학과 통폐합 방지법”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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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의원, “일방적 학과 통폐합 방지법” 발의
  • 권건중 기자
  • 승인 2013.06.2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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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의원은 지난 6월 17일, 대학의 학부 및 학과 통폐합 시 반드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대두된 대전소재 P 대학의 국문과 통폐합을 비롯해 경남 K대학 철학과,  청주 C대학 회화과 등의 인문·예술학과 폐지, 서울의 일부 대학도 자유전공학부 신설 후 졸업생도 배출하기 전에 폐지하는 등 무분별한 학과 신설과 통·폐합으로 인해 학생들이 고통 받은 사례는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P 대학의 국어국문학과는 주시경, 김소월 선생을 낳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학과로 유명하지만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학생들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방 통보식의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 과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언론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청주 소재 C 대학 회화과 역시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해당학과 학생들은 “피카소와 고흐가 취업을 했느냐. 예술을 취업률이라는 일률적인 지표로 평가해 학과를 폐지하기로 한 학교 당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교 측을 비난했다. 특히 한 학생은 SNS를 통해 우 의원에게 “의원님, C 대학교가 취업률이 낮다며 회화과를 일방적으로 폐지할 것을 결정해 학생들이 갈 곳을 잃게 생겼습니다. 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을 취업률로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폐지를 결정하다니 이거야말로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갑의 패악질 아닙니까?”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서울 소재 Y 대학 역시 개설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유전공학부’를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해 학생‧학부모와의 진통을 겪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면서 학생들에게 그 과정을 전혀 공유하지 않은 상태로 비밀스럽게 진행해 왔다”, “자유전공학부뿐 아니라 나아가 돈이 안 되는 학과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갈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에 따라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들 또한 적지 않다. 통합된 학과에 소속중인 서울 소재 C 대학 학생은 “(비인기학과를 폐지하고 새로 통합되어) 정원이 늘어난 인기학과 학생들은 '콩나물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질도 떨어질 것”이라며 걱정했다.

 교수 사회 역시 이 현상을 개탄하고 있다. 통폐합 중인 학과의 한 교수는 “인문학은 다른 학문의 근간인데 뿌리째 흔들린 인문학에 대한 대가는 언젠가 치르게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으며, “대학의 구조조정에 취업률·입학률 등 시장논리를 들이대고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교수도 있었다.

*참고, <대표적인 학과 통‧폐합 사례>

- 대전 소재 P 대학 : 국문과 →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와 합쳐져 한국어 문학과로 통합.
                     독일어, 프랑스어문학과, 칠예과 폐지 / 법학과 → 공무원법학과 
- 서울 W 대학 : 국문과 폐지논란이 일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취소 / 유럽문화학부, 예술학부 폐지
- 충남 K 대학, 청주 S 대학 : 국문과 폐지 및 통폐합
- 대전 M 대학 : 프랑스, 독일어문학과 폐지 / 같은 대학 철학과 → 철학상담학과
- 청주 C 대학 : 회화과 → 비주얼아트학과 / 무용학과, 한국음악학과 폐지
- 서울 C 대학 : 비교민속학, 아동‧가족‧청소년복지학과 폐지 / 신설 1년 만에 자유전공학부 폐지
- 서울 Y, H, S 대학 : 자유전공학부 폐지
- 서울 K 대학 : 히브리중동, EU문화정보학과 폐지
- 부산 D 대 : 축구특기생(축구부) 폐지 추진, 무용학과 폐지

  이처럼 무분별한 학과 통폐합은 교육부에서 학과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대학평가 항목에 ‘취업률’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도입하고, 이를 비롯해 평가점수가 낮은 학교에 정부지원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취업률이나 학생 충원율과 재학율이 낮은 ‘비인기학과’를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통합하거나 폐지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학생이나 교직원 등 구성원의 의견은 전혀 수렴되지 않은 ‘통보’ 즉, 일방적인 횡포였다는 데 있다.

 우원식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학교는 학과 개편 시 학생과 의견을 나누고 이를 수렴하는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높은 등록금을 지불하고 수업을 듣는 만큼,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한 학습권을 당연히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부분의 학과 통‧폐합 과정을 보면, 소통은 전혀 없고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만 남아있다”라며 이번 개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 의원은 마지막으로 “대학생·청년 역시 우리사회의 고통 받는 을(乙)중에 하나”라며 “갑(甲) 대학이 상생을 위한 소통은커녕 무분별하게 횡포를 부리고 있는 만큼, 상대적 약자인 청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각종 법안을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하겠다”고 입법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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