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글로벌뉴스통신] 다문화칼럼, 다문화센터장 박성옥 박사
![(사진: 글로벌뉴스통신DB), 글로벌뉴스통신 다문화센터장 박성옥 박사](/news/photo/202502/367807_381447_3142.jpg)
"엄마, 오늘 학교에 새로운 친구가 왔어요. 이름이 응옥이래요."
"그래? 어떤 친구니?"
"눈이 크고 예쁘더라고요. 베트남에서 왔데요.
내일 미술 시간에 같이 그림 그리기로 했어요!“
이런 대화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김치와 쌀국수, 불고기와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가 한 식탁에 오르는 모습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지난해 안산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 가정 출신 학생이 전교 회장으로 선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학생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되었다고 한다.
한국 사회는 지난 30여 년간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며 변화해왔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단일민족국가'로 불리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로 성장하고 있다. 2024년 12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265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우리 이웃 100명 중 5명 이상이 다른 나라에서 온 분들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2년 전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 숙소 화재 사건'과 18명의 이주노동자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드러냈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안전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비극을 낳은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러한 변화와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이후,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다문화 마을 특구' 프로그램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 가정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 축제와 요리 교실 등을 통해 상호 이해와 교류를 증진시켰다.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동화주의나 캐나다의 다문화주의와는 달리, 한국은 '사회통합'이라는 중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 한국의 다문화화 과정과 관련이 있다. 불과 30년 만에 단일민족 사회에서 다문화 사회로 변모한 한국의 경험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미래의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2050년, 한국의 학교에서는 AI 통역기를 이용해 다국어로 수업이 진행될지도 모른다. 거리에서는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축제가 열리고, 기업에서는 다국적 팀이 협업하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창의성과 역동성을 불어넣을 것이다.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이자 기회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아간다면, 우리는 더욱 포용적이고 발전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